영우한테 잘해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3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절판




청소년기의 아이가 있기에 청소년 소설을 자주 읽게 된다. 이 책은 아이가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책. <나의 고독한 두리안 나무>와 <라구나 이야기 외전>을 읽었기에 박영란 작가는 그리 낯설지 않다. 아이의 성화에 읽기는 했지만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 청소년 소설의 이야기를 보면 왕따, 학교폭력, 자살 등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책을 읽고나면 며칠은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야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가 읽어보라고 몇번을 이야기했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던 책이다.




'영우한테 잘해줘'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낸 자이언트 코끼리.
하지만 영우가 누구인지 꼬마자식이라고 불리던 나는 알지 못한다. 기억조차 없는 인물이다.
도대체 영우가 누구이길래 자이언트 놈은 자살직전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일까?

거대한 덩치 때문에 자이언트 코끼리라고 불리는 친구.
'꼬마 자식'이라고 불리는 '나'가 들려주는 '자이언트 놈'과의 이야기.
우린 그 이야기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어느 날 엄마와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필리핀 아버지의 존재를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나. 과학고를 가겠다는 나를 위해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위해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하는 나. 잘 만난 부모 덕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상처를 가진 자이언트. 이 둘은 과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기 위해 다니는 학원에서 만나 친구가 된다.

두 친구와 같은 반인 친구들은 과학고를 위해 죽을듯이 공부를 한다. 그들의 목표는 과학고에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의 목표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모른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우선은 과학고에 들어가는 것이고 그 다음은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아니, 그런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아이들이다.

주위를 둘러볼 시간도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들. 이들은 폭탄을 가슴에 하나씩 안고 지내고 있다. 아이들이 품고 있던 폭탄을 터뜨린 곳은 다름아닌 자이언트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이언트는 아주 나쁜 아이가 되버렸다. 이 소문 속에도 굳건히 지내는것처럼 보이던 자이언트는 결국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부탁했던 영우. 우린 왜 몰랐을까? 수 많은 영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마음을 조금만 들여봐달라고 말하는 것을 외면했던 것이다. 영우를 부탁해달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들이 먼저 영우를 보아야 했을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들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스스로 주위를 살펴볼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돌려 주어야 했던 것이다.

영우. 지금 내 옆에 있는 영우. 이제는 우리가 영우를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어느 순간 나는 암흑의 핵심과 마주쳤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녀석을 알았던 것이다. 녀석이 끊어내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지 이해했던 것이다. 녀석이 끊어내려고 했던 것은 아무런 전망도 없이 오직 익숙해져야만 하는 하나의 세계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던 것이다. - 본문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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