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소녀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2
이경화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장바구니담기




먼 곳을 바라보는 소녀와 무릎에 머리를 묻은 체 웅크리고 있는 소녀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왠지 이 소녀들에게는 슬픔이 묻어난다. 그 슬픔의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기의 소녀가 있기에 유독 관심이 가는 책이다. 우리집 아이도 가끔은 그 나이때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겪고 친구들과의 관계, 공부 문제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아픔들을 누구나 다 겪는 것이니 참으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죽음과 소녀. 제목이 심상치 않다. 책 속의 그림까지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이 그림은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가 그린 <죽음과 소녀>라는 그림을 모방하여 재구성한 그림이라고 한다.

고등학생 재희. 말똥 굴러가는것만 봐도 깔깔 웃음을 지을 나이에 이 친구는 늘 우울함과 불안함으로 가득하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왕따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일들이 생긴 것일까?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생각이 다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미워할 필요가 있을까? 아이들의 이런 문제들이 불거져 나올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상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테니...

재희의 어두운 그림자는 엄마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어릴 적 엄마의 자살을 보았던 재희. 다시한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 친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엄마라는 존재가 슈퍼맨일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아이를 위해 할 수는 없겠지만 지켜주어야 할 아이에게 어느 누구보다 더 큰 상처를 준 것이다.

영원한 건 없어. 한 시기를 불행하게 살았다고 평생 그런 건 아니더란 말이야. - 본문 76쪽

태양은 늘 제자리에 있다. 가끔 구름에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에게 따스한 빛을 비추어주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태양은 늘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아빠는 늘 어둠 속에 갇혀있고 자신의 창문을 닫고 보지 못하는 태양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것을 말해주며 재희가 굳게 닫혀진 창문을 열고 태양을 보길 바란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기에 조금 힘든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나 같은 사람이 살기엔 너무 힘들어.

나는 이제 벗어나고 싶어. 삶의 바람이 내어놓은 구멍에서 삼켜지기 전에 말이야. 그건 너무 비참하고 끔찍해. 가족들에게 미안한 일이야. 벗어나고 있어, 벗어나고 있어, 나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삶에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베푸는 배려, 나의 고통을 헤아려 너무 원망은 말아 줘. - 본문 142쪽

결국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던 것처럼 재희도 자신의 삶을 마감하려 한다. 재희의 이런 행동을 비난할수 만은 없다. 철저히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던 아이. 친구도 선생님도 자신을 낳아준 엄마도 재희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지금도 혼자라는 생각으로 어둠의 시간과 싸우고 있을 아이들은 생각하면 쉽게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한다. 아빠가 재희에게 말한 것처럼 창문에 가려 보이지 않을뿐 태양은 늘 우리를 비추고 있다. 조금만 용기를 가지고 창문을 열어보기를 바란다. 결코 세상은 어둡지만도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