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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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눈물 흘릴 자격이 있을까? 

작년에는 <도가니>를 통해 우리들을 분노케 했는데 이번에는 <의자놀이>로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업무 중 책을 읽는 것이 눈치가 보여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많이 읽게 된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다가 덮을 수 밖에 없었다. 공지영 작가가 피눈물을 흘리며 썼다는 이 책을 몇장 넘기는데 벌써 눈물이 흐른다. 낯선이들 앞에서 내 눈물을 보일 용기가 없다. 아니 나에게는 눈물조차 흘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 쌍용자동차 관련 기사들이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보도 되었을때 여느 파업과 그리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 심각성이나 피해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팠지만 나와는 조금 멀리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어쩌면 직접적인 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결국 나도 가해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와서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나의 잘못을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왜곡된 진실을 보며 그것이 전부인줄 알았던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였던 것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나만 몰랐던 이야기들을 보며 그들의 아픈 상처를 우리가 어떻게 어루만져 주어야할지 모르겠다. 곪을대로 곪아버린 그들의 상처를... 이젠 그 상처를 안아주고 싶어도 안을수 없는 세상으로 가버린 사람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들. 결국 그들은 자살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나는 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아침이다. - 본문 51쪽

 

우리는 내일이라는 희망을 꿈꾼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날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진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내일이 또다른 절망이고 비극이였다. 얼마나 절망적이였으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웠을까? 이 절망감 속에서 그들은 힘겹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낸 것이다.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은 이 거대한 노동자 군단에게 사람수의 반만 되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마치 그런 놀이를 시키는 것 같았다. 기준도 없고, 이유도 납득할 수 없고, 즐겁지도 않으며, 의자를 놓친 자들에게는 죽음을 부르는 그런 미친 놀이를. - 본문 92쪽

 

어릴 적 친구들과 하던 의자 놀이는 참으로 재미있었다. 방송에서도 가끔 의자놀이 게임을 하면서 경쟁적인 모습을 보지만 최후에 남은 한 사람을 축하해준다. 하지만, 놀이와 게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평생 의자 놀이의 대상이 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언제까지 의자에 앉아 있을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우리가 의자 놀이의 대상이라는 것을. 이렇게 알아버린 우리들은 그들에 의해 언젠가는 앉을 자리를 잃어야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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