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같은 책을 읽더라도 보는 이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이다. 헤이즐과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보는 것과 헤이즐처럼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친구들이 보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또한 헤이즐이나 어거스터스와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둔 엄마와 자신보다 먼저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은 다를 것이다. 이처럼 같은 책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은 병에 걸린 아이보다는 그런 아이를 지켜보아야만 하는 부모가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한창 꿈을 키우고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가 아니라 주사 바늘을 꽂고 웃음을 점점 잃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우리가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책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헤이즐의 마음을 말하고 그 친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이지만 난 어쩔수 없이 아픈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으로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서포터 그룹에서 만난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골욕종이 생겨 한쪽 다리를 잃은 열일곱살 소년 어거스터스와 갑상선 암을 앓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녀 헤이즐 그레이스 랭카스터. 참으로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했던가? 아이들이 성적이 떨어지면 널 위한다는 참으로 허울좋은 이유로 아이를 다그치다가 책을 보면서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한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헤이즐과 같은 친구들을 보면서 동정이나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은 소원을 들어주는 공장이 아니야. " - 227쪽

 

"난 싸울 거야. 널 위해서 싸울 거야. 나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 헤이즐 그레이스. 난 괜찮아. 난 살아남아서 널 오랫동안 짜증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거야." - 본문 228쪽

 

우리는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더워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이런 말들을 쉽게 하고 있었다니. 우리의 그 말들은 죽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의미가 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의 간절한 마음과는 다를 것이다. 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 세상이 들어주지 않는 것을 알았을때의 마음을, 단지 살고 싶다라는 간절함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응, 난 지상에서 잊히는게 두려워. 하지만 내 말은, 우리 부모님처럼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난 사람이 영혼을 갖고 있다고 믿고, 영혼 간의 대화를 믿어. 망각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거야. 내가 내 목숨을 잃는 대가로 아무것도 내놓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게 두려운거지. 위대한 선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최소한 위대한 선을 위해서 죽어야 하지 않겠어? 난 내 삶도 죽음도 그렇게 의미있지 않을까 봐 두려워." - 본문 178쪽

 

잊혀진다는 것처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증오와 미움이라는 이름으로라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 세상에 존재한 사실을 누구도 기억하지 않은 것이 죽는다는 사실보다 더 슬픈 아이. 책을 보며 단지 이제 꿈을 꾸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며 연민의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왠지 나의 이런 마음들이 그 아이들을 더 힘들고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닐런지. 그렇다고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니 너희들도 그런 죽음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맞이하라고 말할수 있을까?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소중하지 않은 만남도 없을 것이다. 비록 악연이라 할지라도 그 만남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세상에 존재한 시간이 비록 짧았지만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였고 우리들에게 영원히 남아 있을 아이들. 그 아이들이 세상에 없는 지금 누구의 잘못인지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잊혀지는 것이 슬펐던 그 아이들을 우리들의 마음에 담아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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