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물 한모금 넘길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가진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내 식탐의 끝은 어디일까? 참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늘 고민을 하지만 그 와중에도 먹을 것이 생각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울때가 있다.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맞나싶을 정도이다. 고민을 하는 사람이 한편으로는 먹을 것을 생각하고 있다니. 하지만 그 음식을 먹으며 지금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낼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음식은 우리에게 허기를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위안을 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불편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먹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닐런지.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는 음식들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슬픔이나 괴로움의 아픔이 담긴 음식들이 있을 것이다.

 

<따뜻함을 드세요>의 이야기에도 사연이 담긴 7가지의 음식이 나온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위해 팥빙수를 사오는 손녀의 마음, 아버지와 즐겨찾던 허름한 삼겹살 덮밥집에서 소박한 마음을 담아 프로포즈를 하는 남자, 이별여행을 하며 먹게 되는 송이버섯 요리, 홀로 자신을 키운 아버지를 위해 딸이 결혼을 앞두고 끓여 드리는 된장국 등의 사연이 있는 음식들. 우리들도 책을 보며 그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게 되는건 아닌지.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할머니와의 관계가 돈독해서인지 할머니의 빙수를 보며 눈시울을 적신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팥빙수를 사오는 손녀의 마음. 어릴때부터 할머니의 입맛에 길들여진 아이들. 엄마보다는 할머니 음식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어느날 할머니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었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매일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지만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그 음식을 만들어 드리지는 못하지만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씀해주시면 나중에 돈 벌어서 사드린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할머니인 나의 엄마가 그때까지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녀들이 사주는 음식을 맛있게 드시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있다.

 

미운 놈 떡하나 더 준다고 했지만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거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맛있것도 많이 사주고 싶어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음식을 보며 우리들도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씹으면 씹을수록 우아한 맛이 입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물결 쳤다.

내일이면 눈앞에 있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을것 같았다. - 본문 57쪽

 

이별을 앞둔 사람의 마음마저 사로잡는 음식. 한낱 음식 앞에서 이별의 슬픔을 잊는다고 그 사람의 감정을 의심하며 그럴수 있느냐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이렇듯 맛잇는 음식은 우리의 슬픔을 잊게하고 기쁨은 더 깊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또한 아이들과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을 먹으며 지금까지의 소중한 시간만큼 앞으로 남은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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