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리 - 제1회 한우리 문학상 대상 한우리 문학 높은 학년 1
최은순 지음, 장호 그림 / 한우리북스 / 2012년 3월
구판절판


제목을 보면서 도통 책 내용을 가늠할수가 없었다. 평소 아이와 함께 책을 보기 전 책표지를 보며 무슨 내용일지 생각을 해 본다. '방구리'라는 말 조차 무슨 뜻인지 몰랐으니. 이제보니 어릴적부터 보았고 엄마의 집에 아직도 있는 방구리. 장독대에 있던 방구리를 이제야 알아보는 참으로 아는것 없는 사람이다. 그냥 독 중의 하나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책을 보고 다시 보니 책 내용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질그릇이란 진흙만으로 만들어 구운 그릇을 말합니다. '질'은 '흙'이란 뜻이지요. 그러니까 질그릇은 흙그릇입니다. '방구리'도 질그릇 중에 하나입니다. - 작가의 말 中에서


질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해서 붙여진 '점말'. 마을엔 길수네를 포함해 일곱 집 뿐이다. 이제는 다섯 집만이 질그릇을 만들어 팔고 있다. 길수네 아버지는 말을 또렷하게 하지 못하고 엄마는 정신이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할머니, 분이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길수가 3학년이였던 찔레꽃이 한창이던 날 엄마는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엄마가 사라진 날부터 길수네는 살아가는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조금은 부족한 부모님때문이였을까? 일찍 철이 들어버린 길수. 다른 친구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때 길수는 할머니와 함께 방구리를 팔러 다닌다.

"아줌마, 그래도 또 사세요. 외상으로 드릴게요." - 본문 43쪽

창피한 마음은 뒤로하고 넉살좋게 아줌마들에게 방구리를 파는 길수의 모습을 보며 그 나이에 난 무엇을 하였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의 환경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겨내려 하는 어린 길수가 대견스럽다. 다른 친구들이 자신이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떼를 쓸때 길수는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으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꺼내지도 못하는 길수를 보니 안쓰럽기만 하다.

점말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플라스틱 공장이 생기고 플라스틱 제품들을 사용하는 사람들. 길수의 아버지는 그런 상황에서도 말없이 방구리를 만들지만 만호네가 적극적으로 나서 다른 주민들은 소득이 좋은 플라스틱 공장에 다니기 시작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의 것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찾는 사람들. 길수 아버지처럼 느리지만 자신의 것을 고수하고 빠르게 변화는 세상에서도 느리지만 묵묵히 자신의 것을 지켜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970년 이전에 태어났지만 도시에서 자라나서일까? 시골의 풍경과 삶들은 그리 익숙치 않다. 풍족한 삶은 아니였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삶을 살면서 길수와 같은 친구들의 삶을 모르고 있었으니. 내가 살아보지 않은 곳 ,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을 읽으며 아이보다는 내가 더 책에 녹아들었는지 모른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라 해서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공간에서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길수의 삶도 달라질거라 생각한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묵묵히 방구리를 만든 아버지와 평범하지 않은 엄마를 둔 길수는 우리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편리함을 주는 문명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길수네 가족은 어찌보면 답답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책을 덮으며 길수네 가족의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미소를 보며 함께 미소를 짓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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