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
사토 세이난 지음, 이하윤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알수 없는 인물이 학대를 받은 아키의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찾아 지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이며 왜 지난 사건에 대해  알려하며 아키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내려 하는 것일까요?

 

책을 읽으며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차마 눈으로 볼 수도 없도 듣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한 사람의 삶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삶까지 짓밟아버린 폭력의 결말이 궁금하여 손에서 놓을 수 없었습니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것일까요? 어릴 적 학대를 받은 사람들이 자신도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합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나가미네 아키.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 소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소녀가 폭력을 견디다 못해 달리는 자동차에 일부러 뛰어들어 그 폭력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어린 소녀가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우리는 할 말이 없습니다. 어디서든 강하게 살아남고 싶었던 어린 소녀가 다시 폭력의 소굴로 들어가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엄마조차 그 폭력으로 아키를  끌여들였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납니다.

 

아키의 어머니 키미에

하지만 전 아키처럼 강해질 수 없었죠. 제 힘으로 활로를 뚫으려 하는 아키가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저와 카호를 두고 자기 혼자만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아키를 끌어내려 주리라 생각했습니다. - 본문 304쪽

자신의 아이를 폭력에서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폭력 속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자신의 힘으로 그 폭력을 막을 수 없어 포기한 것일까요? 아님 혼자가 아니라 함께 당하는 폭력을 선택한 것일까요?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을 가졌다면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더 참을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아이를 어둡고 무서운 폭력이라는 이름아래 방치했다는 것을 쉽게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키미에의 내연남 스기모토. 모든 사건의 원인이라는 생각되는 인물. 이 사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또 다른 죄를 지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보다 힘이 약한 여자와 어린 아이에게 폭력을 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기모토도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폭력이라는 이름아래 살았던 자신이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그외 많은 인물들이 나오면서 아키의 숨겨진 모습이나 사실들도 알아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두려움이 더 커진것은 사실입니다. 아키가 현재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키는 지난 어둠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것일까?

 

지금도 어딘가에서 폭력이라는  이름아래 상처 받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더 화가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할때보다 책을 덮을 때의 마음이 더 무거워 진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더 이상 어둠의 그림자가 그들의 삶에서 사라지기 바라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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