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붉은 실내 사계절 1318 문고 75
조정현 지음 / 사계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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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기를 무미건조하게 보내서인지 그 시절이 가장 그립습니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그 시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보단 제가 청소년기 친구들이 나오는 책들을 보면 너무 설레입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그 시절 나는 뭘하고 지냈을까하는 후회도 종종하곤 합니다.

<로빈의 붉은 실내>에 나오는 친구들을 보며 학창 시절 제 친구들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 시대의  평범한 학생 박수리, 연예인이 되고픈 원우인, 대학이라는 다른 목표를 염두에 두고 방송반 보이에 들어온 민홍교, 류아진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구들입니다.

어느 모습이 정답이고 어떤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없습니다.

이들 중 누구의 생각이 옳고 누구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꿈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꿈의 모양만 다를 뿐 이들은 나름대로의 꿈이 있습니다.

 

난 사람을 쉽게 사귀지 않아. 충고 하나 할게. 불역사, 불억불신(不逆詐, 不億不信)이라는 말이 있어. 남이 나를 속일까 미리 짐작하지 않고, 남이 나를 믿어 주지 않을까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기억하는 게 좋을거야. - 본문 79쪽

여기서 의문의 인물 김태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면 연예인과 이름은 같지만 동떨어진 외모를 갖고 있다보니 다른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지만 개의치 않고 아무도 모르게 수리와의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가끔은 태희도 수리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요. 어떤 학교든 태희 같은 친구도 있을 것입니다. 아는 것은 많으나 쉽게 드러내지 않고 가끔은 왕따라는 이름아래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

 

어느 학교나 대회에서 수상을 하거나 남들이 말하는 일류학교에 진학을 할 경우 플래카드를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학생들의 이름을 보며 다른 학생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물론 축하를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리가 다니는 학교에도 교문 위에 당당하게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습니다. 그리 달갑지 않던 이 플래카드를 우인과 수리가 찢어 내면서 학교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두 사람이 플래카드를 찢은 것이나 태희가 블로그의 글을 남기는 것, 친구들이 수리의 일인 시위에 동참한 것은 영웅심리나 치기는 아닐 것입니다. 학교에서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공간에서 선생님들의 말씀에 따라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자신의 뭘 원하는지 알아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진정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을 읽으며 아무 생각도 없이 시계추처럼 학교와 집을 다니던 제 모습이 떠올라 조금은 슬픈 생각도 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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