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지 않는 스모선수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스모라는 운동 경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그 선수들의 복장이나 약간의 규칙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스포츠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몸이 무거운 선수들이 몸을 키워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고 전략적인 경기가 아니라 단순하게 몸으로 하는 경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복장 또한 인정하지 못하고 조금은 우습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하지 않고 말이다.

 

준은 자신이 봐도 성냥개비 위에 말라 비틀어진 청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네 안에 떡대가 보여."라고 말하는 쇼민주.

세상만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관심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산다는 자체가 가려움증만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준. 숨만 쉬어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인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는 준. 살아가는 이유도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는 준에게 매번 다가와 "네 안에 떡대가 보여." 라는 말을 하는 쇼민주가 곱게 보일리 없다. 매번 무시하는데도 준을 찾아와 이야기하는 쇼민주의 의도는 무엇일까?

 

철학을 가르치는 작가의 글은 다른 소설을 읽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읽으면서 소설의 재미보다는 한번쯤 쉬고 생각을 해야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준의 모습 때문인지 나또한 세상에 대해 다소 어두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잠시이지만 처음의 준의 모습을 보며 왠지 나도 준처럼 삶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 준은 자신의 아픈 과거를 들쳐내고 싶지 않아 누군가 곁에 오는 것이 두려워 가시를 세우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제 안에 있는 떡대는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제 눈에도 그게 보여요. 진정한 '떡대'란 남들한테 이기는 자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일 겁니다. 나 자신을 앞서가고 나를 이끌어주며 내게 영감을 불어넣는 나의 최선을 모습, 그것이 바로 '떡대'이겠지요. 네, 마침내 저도 제 안에 있는 떡대가 보입니다. 그러니 이제 저는 다시 살을 빼고 의사가 되기 위한 학업에 뛰어들 생각압니다." - 본문 113쪽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고 쇼민주의 말처럼 자신의 떡대를 찾은 준. 누구나 내면의 자신과 만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두운 자신을 끌어내고 다시 태어난 준. 우리는 내면의 우리를 만날 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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