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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가 우는 밤 - 제1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선자은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귀신이 나오는책. 우리가 알고 있는 귀신과는 확실히 다르다. 공포를 주는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인간보다 더 따뜻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밴드 이야기는 재미없어서 귀신이 멤버인 밴드 이야기가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귀신이 나오니까 저승사자도 나와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오라고 했다. 저승사자에게는 종로까지 자주 타고 다니던 버스 번호(370)를 붙여 불러주었다. - 당선 작가 수상 소감 중에서
작가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누군가에게 들려줄 귀신이 나오는 밴드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한다. 나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자주 먹는데 먹을때 맛있다는 생각외엔 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까? ^^ 사람은 누군가와 아주 작은거라도 연관성을 찾고 싶어한다, 작가는 자주 타고 다니는 버스번호로 저승사자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그 버스는 나도 종종 타고 다니는 버스이다, 이제 그 버스를 탈때마다 아마 펜더가 우는 밤에 나오는 어리숙해보이던 저승사자가 생각날 것이다. 이렇게 작은 인연으로 시작하는 펜더가 우는 밤.
기타에 관심을 보이던 큰 아이가 올해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더 관심이 가는 책이다. 사춘기인 아이는 내 딸이 맞나 싶을정도로 차가운 공기를 뿜고 다닌다. 도저히 들어갈 구멍을 보이지 않는 아이. 은조의 말과 행동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느껴지는건 아마도 이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7년전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은조. 다른 아이들에겐 도통 마음을 열지 않고 사는 아이. 아빠가 남긴 기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인터넷 중고 시장에 올리자 시왕청 직속 기관 감사원 소속의 370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단순사고로만 알았던 아빠의 죽음에는 비밀이 숨겨져있는데...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서로 다른 느낌을 받는건 아마도 각자의 경험이 달라서일거다. 난 370이란 버스를 타고 다니기에 저승사자 370에 애정이 가고 은조와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기에 은조의 감정에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된다. 나에겐 단지 귀신이 나오는 재미있는 밴드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은조의 닫혀졌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
사라져 간 이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요한 것은 내게 남은 것들이다. -본문 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