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도착했을 때 아이가 읽으려해서 할 일을 다하고 읽으라고 책을 치웠다. 그 전에 하기로 한 일이 있기에...하지만 아이는 어느새 내가 잠시 다른 일을 하는 사이 할일은 하지 않고 책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아~~정말 우리 딸내미도 만만치 않은 미루기 딸이다. 엄마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던 아이는 "이거 엄마얘기던데..." 라고 한마디하곤 그제서야 자기가 할 일을 하러간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았던 난 그 한마디에 뜨끔...자기못지 않고 미루기를 잘하는 나의 실체를 알고 있었던 것인가?? 그 말에 조심스럽게 나도 책을 폈다. 누리는 자기의 할 일을 제때 하는 적이 없다. 숙제도 학원 가는 것도 일기 쓰는것도...엄마는 누리 때문에 늘 노심초사이다. 숙제를 안하고 자더니 아침에 일어나 선생님께 혼난다며 일기를 대신 불러달라고 말한다. 어휴...일기까지 불러달라는 글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한숨이. 누리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딸내미도 미루기 대장이다. 습관이라는게 정말 중요한데.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먼저 하는일은 결코 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엄마인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건 아이가 내 얘기라했던건 누리 엄마처럼 병원 가는 것을 미룬 일을 말하는 거였다. 조금 찔린 일들이 있으니 혹시 나의 게으름을 탓하는건 아닐까하는 걱정을 했으니 말이다. 누리가 자신의 할 일을 미루었던것처럼 누리의 엄마도 아픈데도 병원 가는 것을 미루다 수술을 받게된다. 엄마가 수술을 받게 된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누리. 엄마는 나에게 잘못이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알아요. 엄마가 미루기 대장이 된 것은 나 때문이란 것을요. "이제 할 일부터 먼저 할게." - 본문 60쪽 누리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 아이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친구들과 노느라 자신의 할일을 잊은적도 있고 숙제를 안하고 자서 아침에 일어나 급하게 하고 간 적도 있으니 말이다. 일을 하고 있다는 어쭙잖은 이유로 아이의 미루기 습관을 탓할수는 없을 것 같다. 책을 보는 내내 아이의 모습을 탓하기 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언젠가 우리 아이도 "이거 먼저 하고 놀게요." 라는 말을 하는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