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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쓰는 아이 ㅣ 꿈소담이 저학년 창작동화 4
고정욱 지음, 묘랑 그림 / 꿈소담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내가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가 생각해보았다. 어릴 적엔 엄마가 사주신 전집을 의무감으로 읽었지만 중학교에 가서는 엄마가 전집을 사 주시거나 단행본을 사 주시는 일이 드물어졌다. 가끔 내가 사달라고 이야기 할 때만 사주셨던 것 같다.
난 유난히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ㅠㅠ 중학교에 입학 해 먼저 친구하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누군가 말을 걸어줄 때까지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그냥 가방 속에 있는 책을 꺼내 읽는 척을 하고 있었다. 아직 친구를 사귀지 못해 쉬는 시간의 어색함을 나름대로 해결할 요량으로 책을 꺼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 시간의 뻘쭘함을 아무렇지 않은 척 보낼 수 있으니..지금도 가끔 어색한 자리에 가면 책을 꺼내놓는 나쁜(?) 버릇이 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지 못하니 낯선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참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여...
이렇게 매일 똑같은 책을 꺼내놓을 수 없으니 가끔 서점에 가서 용돈으로 책을 사기 시작했다. 사실 그 그때까지 책의 용도(?)는 읽기 보다는 나의 어색함을 감출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당시에 나의 유일한 취미는 책 모으기였다. 책을 읽지 않으니 작가나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책 표지나 활자체, 사진 등을 보고 책을 골랐다, 그러다 읽는 척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듯 하여 그 중에 몇권을 읽기 시작...사람들은 그 당시의 나를 ’책벌레’로 오해하고 있다. 그 많은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몇권에 지나지 않는데...
책은 나의 친구였다. 창피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친구가 된 것이 아니라 나의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을 이해해 주는 친구였다. 이유는 불순하지만 책이 나의 친구가 된 것은 다행이였다. ’친구’라는 한자를 보면 ’오랠 구’가 들어가서일까? 많은 시간이 흘로 오래 되었지만 책은 아직도 나의 친구이다. 가끔 사람들과의 낯선 자리가 불편해 연극을 하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진수도 자신이 남과 다른 면때문에 책의 세계에 빠져 들어 판타지 소설을 쓰게 되었다. 이 아이의 외로움을 누구보다 이해해 준게 책이었으니까...오늘도 진수는 자신의 마음과 몸의 병을 잊고자 책을 읽고 쓰며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책은 나에게나 진수에게처럼 희망을 주는 친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