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냉동 인간 이시후 ㅣ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우리는 미래 나의 모습을 얼마큼 가늠할 수 있을까.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내 모습이나 주변의 환경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명확하게 모른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변한 것이 아니라 나는 그대로이고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만 변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멈춰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전혀 다른 모습이라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던 친구와 가족을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마주한다면 어떨까. 이런 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냉동 인간. 맞다, 나는 냉동 인간이었지!
40년 2개월 11일 만에 시후가 깨어났다. 2살 어린 동생 정후는 현재 50세라고 말한다. 이제는 동생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동생뿐만 아니라 친구와 가족들 모두 나이가 들었다. 희귀질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과 이별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냉동보존으로 새 삶을 선물 받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은 시후의 기억 속 모습이 아니다. 든든한 힘이 되어줄 가족이 다른 모습이라는 것도 힘든데 학교생활도 만만치 않다. 친구들은 시후가 해동 인간이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친구들과는 친해질 수 없는 것일까. 시후가 선택한 일이 아님에도 힘든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라는 단어만으로도 시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만들어주는 추억들이 있다. 때로는 기쁘고 로는 슬픈 일들이 있지만 그런 상황들과 감정을 함께 느끼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보낸다. 시후는 그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정후가 말하는 '우리'에 자기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그린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나는 우리의 미래 모습을 행복보다는 불행한 상황들이 많다. 시후에게도 오랜 시간이 흘러 어난 현재가 밝은 미래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가족이 있어도 혼자라는 생각이 많을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다른 사람들은 40여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책을 보는 내내 시후의 미래가 어둡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정말 힘든 상항이지만 다시 눈을 뜬 세계에서 잘 살아남기를 바란다.
책 속 문장처럼 시후의 삶은 '끝'이 아니라 '그리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