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고분하지 마! 단비어린이 문학
공수경 지음, 유재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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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고분은 '말이나 행동이 공손하고 부드러운 모양이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단어 자체가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 서로에게 이런 말과 행동을 한다면 상처를 주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 단어는 평등적이기보다는 상하적 의미로 사용할 때가 많다. 손아랫사람에게, 부모가 아이에게 이런 표현을 자주 하지 않을까. 부모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고분고분 말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역으로 우리들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고분고분 받아들이고 있을까.




누군가 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로봇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싫듯, 내가 누군가를 내 마음대로

조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면 해요.

서로 자기 뜻만 앞세우며 싸우지도 말고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아빠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달봄이를 학교 앞에 내려 준다. 달봄이는 혼자 킥보드를 타고 가고 싶다. 아빠는 위험해서 안 된다고 말한다. 달봄이는 아빠가 자기 말을 안 들어줘 이제 아빠 말은 안 들을 거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안 돼!'일 것이다. 부모는 위험하고 해로운 일이니 안 된다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늘 안 된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어른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아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들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어른들은 마음대로 하면서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싫지 않을까.


달봄이는 키즈 카페에서 생일 파티를 했다. 친구들과 키즈 카페에 있는 피에로에게 선물을 받았다. 피에로가 준 선물은 '고분고분'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도장이다. 달봄이는 큰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작은 도장이라 실망한다. 생일이라 더 놀고 싶었는데 아빠는 파티 때 놀았으니 숙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놀고 싶다고 말하는 달봄이에게 언제쯤 고분고분 말을 들을 거냐고 한다. 달봄이는 옆에 있던 고분고분 도장을 아빠 손등에 찍었다. 신기하다. 달봄이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는데 아빠 눈에는 '고분고분' 이라는 주황색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도장을 찍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약, 고분고분 도장이 있다면 누구에게 찍고 싶을까. 모든 사람이 고분고분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말이나 행동이 공손하다는 의미가 무조건 상대방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나와 다른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고분고분 하지 마!>는 무조건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내 생각과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NO'라는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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