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테카 돌개바람 55
안나 니콜스카야 지음, 김혜란 그림, 김선영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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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족과의 추억 중 가장 많이 떠오르는 사람은 엄마이다. 가족여행을 함께 갔음에도 아빠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엄마보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존재이다. 혼난 적도 없고 싫은 소리를 한 번도 듣지 않았음에도 즐거웠던 추억 속에서의 아빠는 크게 남아있지 않다. 그렇지만 책 속 첫 문장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어떤 이유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궁금해진다.  

 

아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소리 소문도 없이 


비챠는 아빠와 둘이 살고 있다. 슴새와 관코박쥐에 관심이 많은 엄마는 관코박쥐 연구를 위해 갈라파고스 제도로 떠났다. 식물학자인 아빠와 보내는 시간은 따분하다. 비차는 아빠를 답답하고, 지루하고, 귀찮고, 인생에서 뒤처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학교에 데리러 올 때 다른 부모들처럼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이 창피하다. 아빠가 사라지길 바라는 비챠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비챠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응원하지는 못한다. 가족이지만 서로 맞지 않아 힘든 상황을 무조건 이해하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원하면 이루어지는 것일까. 비챠는 평범하지 않은 모습의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  '고마워해라벤자민' 선생이라는 이름만큼 외모다 특별하다. 눈은 뒤집혀 있고 눈 동자는 양옆으로 쏠려 있으며 귀는 말의 귀를 닮았다. 조금은 무섭게 느껴진다. 그를 따라 간 곳은 '파파테카'였다. 제목을 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해결된다. 이곳은 정말 특별한 곳이다. 석관에는 정말 많은 아빠들이 있다. 비챠는 이곳에서 자신의 원하는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새아빠를 만나면 지금의 아빠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부모님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더라도 '진짜 내 부모님이 어딘가에 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해보았다면 비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첫 문장 본다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으로 비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 이해하고 비챠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내 주변의 사람을 원하는 모습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삶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을까. 석관에 있는 수많은 아빠들이 있지만 내 곁에 있어야 할 아빠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아빠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상상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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