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수첩 만화동화 2
김미애 지음, 김민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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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나만 알고 있다는 특별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지 않을까. 비밀이 밝혀지기 싫은 상대의 마음을 안다면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지 않더라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약점으로 만들어 상대를 힘들게 한다면 얼마나 비겁한 일일까. 누구나 별거 아니지만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것을 누군가 알고 있고 언젠가 비밀 같은 일들이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달래 옷. 리본 달린 옷.

달래 옷 입은 난쟁이 거지 공주 문수. - p,11

 

문수보다 키가 두 뼘이나 큰 나무는 수첩을 가지고 있다. 부딪히며 문수의 두 발 사이로 수첨이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닌듯하다. 나무의 수첩에는 문수 이야기가 적혀 있다. 키가 작아 다른 친구들의 옷을 물려 입었는데 그 옷들 중 나무의 동생 달래 옷이 있었던 것이다. 문수는 나무 동생의 옷을 입었다는 것도 여자아이의 옷을 입었다는 것도 싫다. 그런 일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나무가 비밀을 말하지 않는 대신 뭔가 가져오라고 말한다. 이 일이 있은 후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다.

 

"정말 멋진 별명이지? 너한테 줄게. 대신 너도 나한테 좋은 걸 하나 줘. 그래야 공평하지." - p.9

 

달래 옷을 입은 것이 문수에게는 약점이 되었다. 그 일로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나무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준이는 빵을 주고 태영이는 나무가 좋아하는 반찬을 주고 싫어하는 반찬을 대신 먹는다. 민주는 나무 대신 청소를 해주는 등 다른 친구들도 자신처럼 뭔가를 주거나 대신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 약점이 있길래 아무 말도 못 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까. 그러다 우연히 나무의 수첩을 갖게 된 문수는 다른 친구들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 수첩은 무적 수첩처럼 느껴졌다. 문수가 수첩을 가지게 되면 나무와는 다를까. 다른 친구들의 비밀을 혼자만 알고 지켜줄 수 있을까. 아니면, 나무와 같은 일을 반복할까.

 

표지의 그림들을 이야기 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줄글만 있는 것이라 아니라 중요한 사건들을 만화로 표현하고 있다. 익살스러움이 느껴지는 캐릭터들을 통해 심각해 보이는 상황들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심각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약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면 나무는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생각이 많아진다. 무적 수첨이라 생각했던 수첩이 문수에게 있지만 친구들은 곁에 없다. 문수가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가듯 어른들도 다른 사람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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