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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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용기를 잃어간다, 현실에 안주하며 도전을 두려워한다. 지금껏 걸어온 길을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되돌리기 어려워 그냥 묵묵히 걸어간다. 어떤 일을 할 때 누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못하는 이유를 말할 수 있다. '주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며 스스로 제약하는 것들이 있다. 나보다는 가족을 우선시하며 살아간다. 나의 24시간을 나보다는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일이 많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나만의 여행을 전혀 꿈꾸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혼자만의 여행을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자신을 '불량주부'라고 말했지만 책을 보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만의 여행을 하는 용기가 부럽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지만 여행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주부'로 살아가면서 사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타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외로움보다는 고독함으로, 허전함보다는 고즈넉함으로 내면을 단련하고 채우며, 각자 몫만큼의 행복을 누리며 살다가 이따금 한 번씩 다 같이 모여 행복하자고.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 당부이자 응원이었다. - p.23

 

가족은 늘 '함께, 같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따로 또 같이' 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이야기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행복을 누릴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제주도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를 보며 나도 어느샌가 제주에 가 있다. 작가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느린 여행을 하는 것을 보며 혼자만의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막상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작가가 보내는 시간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건들이나 볼거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편안하게 읽히는 글들은 누구나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다른 공간에서 보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생각에서 나아가 행동으로 옮기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꿈, 도전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제주여행 에세이를 만나서 사람들은 당장 제주 한 달 살기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잊고 있었던 자신의 꿈을 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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