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란의 계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4
김선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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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기를 '질풍노도'라 표현한다. 그 시기는 혼란스럽다. 세찬 바람과 마주하는 것처럼 안정적이기보다는 불안한 시간들을 보낸다.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내 마음이 흔들린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에 의문을 가지고 나의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그 시기가 있었기에 어른이라는 이름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힘들었던 시간이고 쉽게 지나가지 않기에 성장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춘란의 계절>에서 만나는 춘란이는 누구보다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삶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동한다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되는 슬픈 현실이다. 중학교에 가서도 춘란이는 외톨이로 지낸다.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이 그대로 중학교를 가니 춘란이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친구들에게 따돌림의 대상이 아닌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외톨이로 살아가는 춘란이게 태승이는 함께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태승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게이라고 놀림을 당해도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다가온 하나의 사건으로 태승이는 학교를 떠난다.

 

고등학생이 된 춘란이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들과 다르게 다가온다. '다르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춘란이에게 인기가 많은 신비가 다가온다. 그녀의 친절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신비에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신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준다. 남들에게 쉽게 보여줄 수 없는 것들까지 의심 없이 보여준다. 신비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춘란이는 자신이 가진 감정들이 혼란스럽다.

 

사랑에 진심이었던 사람 여기 잠들다. - p.189 

 

춘란의 삶은 평탄치 않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고 학창 시절은 어두운 터널 속에 놓인듯하다. 춘란이를 힘들게 하는 현실은 냉혹하다. 왕따, 따돌림, 몸캠, 성에 대한 차별 등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태승이와 춘란이가 당한 일들을 보며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순수하다고 생각되는 어린아이들이 저지른 일이라 더 충격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추운 계절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봄은 찾아올 거라고 말한다. 그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도 악몽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성장통'이라고 말하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며 겪지 않아도 될 일이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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