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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리그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월
평점 :
소설을 읽으면서 가끔은 현실에서 만나는 일들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설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소재들도 만난다. 돈과 권력 앞에서 인간은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가끔은 그 앞에 굴복하는 경우도 있다. <서초동 리그>를 보면서 과연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백동수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현실 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박철균 바이오닉 대표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는 기사가 보인다. 일반인들에게 이 속보는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일촉즉발의 사건이 된다. 평검사 백동수는 한동현 부장검사의 호출을 받는다. 그가 부른 것은 박철균사건과 관련이 있다. 자살로 추정되는 이 일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라인'이라는 표현을 한다 어떤 라인에 줄을 서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이 달라진다. 백동수에게는 그런 뒷배경이 없다. 사회생활을 하며 학연, 지연, 혈연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학교나 지역 출신이 친근감으로 다가갈 수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어떤 일을 선택할 때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백동수는 그런 연결고리가 없어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백동수에게 한동현 부장검사가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일까.
"라인 없으니까 오더 맡긴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제 나름대로 살길 찾겠다는 겁니다. 라인 없이도 살아남는 길 같은 거." - p.152
오늘의 적이 내일의 편이 되고 오늘의 편이 내일의 적이 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다. 서로에게 겨누던 칼을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함께 향하고 있다. 그럴 때 피해 보는 것은 누구일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상황에 백동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다. 한동현이 백동수에게 큰 파장을 불러올 일을 맡긴 것은 자신의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히지 않고 헤결하려 했던 것이다. 초고속 승진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누군가를 희생시키며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돈과 권력을 위해 달리고 있다. 백동수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뒷배경과 라인이 없으면 서초동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일까.
백동수가 맡은 사건들은 현실에서 만나는 뉴스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누군가의 죽음이 슬픔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검은 거래들이 오고 가며 어두운 진실들이 밝혀진다. 간혹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막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진실이 밝혀지면 자신의 더러운 민낯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누군가를 방패로 삼는 경우도 있다. 언제쯤 우리들은 그들의 진실한 민낯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