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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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느낌을 준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누구나 일기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일기 검사를 받으며 의무적으로 써야만 했다. 사춘기가 되면서부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기와 그 누구에도 보여주지 않는,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비밀 일기장을 만들었다. 이렇듯 비밀스러운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은 '일기'라는 제목의 책을 만나면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 '일기日記'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 '작가의 말'중에서

 

<일기>에서는 작가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조금의 불편함과 함께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불편함과 어려움이 더 크게 와닿는다. 나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이전과는 다른 삶이다. 처음 코로나와 마주할 때는 이전과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달라진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들에 익숙한 것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까. 아니면, 슬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작가는 일기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공감하지 않을까. 자신의 숨겨진 감정들을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니 불편한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담백한 느낌을 주는 글들은 비밀을 들여다본다는 느낌보다는 작가의 삶과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보게 된다.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들쳐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느끼고 고민하며 아파하는 이야기들이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을 사랑한 시간내내 앤은 내게 닮고 싶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 p.47

 

<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다른 책이나 드라마 등은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다른 책을 소개하고 있는 서평집이 아니라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빨간머리 앤이다. 처음 TV 만화에서 만났던 빨간머리 앤은 나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나와는 다른 성향의 친구이지만 닮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드라마 속 앤을 소개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 만나는 앤은 이전과는 달랐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넷플릭스의 빨간머리 앤을 찾아보지 않을까.

 

일기를 쓰면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가끔 미운 사람들에게 직접 하지 못한 말을 흉보듯 적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누군가에 대한 좋은 감정을 조심스럽게 적어놓기도 한다. 일기를 쓰는 것처럼 작가의 글을 만난다. 작가의 글을 보면서 함께 화를 내고 좋아하고 슬퍼하고 웃는다.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하며 내 안의 불편한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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