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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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라는 책 제목을 보며 학창 시절 친구들과 많이 했던 말이라 조금은 놀랐다, 지금은 편한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본방 시간에만 볼 수 있으니 그 시간을 놓치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다음 날 학교에 가면 '그거 봤냐'라며 T V속 이야기들을 하며 웃음꽃을 피웠던 기억이 있다. 사실 책보다는 TV를 더 좋아해서인지 이 책의 내용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어제 그거 봤어?'에서 소개하는 많은 프로그램들 중 내가 만난 것이 많음에도 작가가 말하는 내용들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친 것들이 많았다. 웃음코 드라 생각하며 지나쳤거나 아예 인지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은 것이다. '당연하다'라고 느꼈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아가고 있다. 참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김병욱 PD의 웃음 코드를 좋아해 거의 모든 작품을 봤다. 그중에서도 하이킥 시리즈는 여러 번 봤다. 그럼에도 책 속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간과하고 지나친 것이다. 등장인물의 공간 안에 있는 소품이나 가구에 대해서 눈여겨보지 못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나 또한 게으른 판단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답은 아주 명료하다. 화장대의 기능을 떠올려 보면, 여자라면 당연히 꾸미길 좋아할 거라는 믿음이나 혹은 그래야 한다는 통념이 서사적 논리를 뛰어넘어 TV안에 살아남은 것이다. 인물의 배경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여성의 특성'일 것이라고 뭉뚱그린 게으른 판단으로 말이다. - p. 21

 

무언가를 얻기 위해 TV를 볼 때도 있지만 가끔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를 하며 봐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심코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무서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을 보며 웃었던 그 장면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의미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성 진행자들은 동등한 입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반가웠던 프로그램이 <여고추리반>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봤던 많은 프로그램들을 다시 한번 보게 하는 시간을 만든다. '어제 그거 봤어?'를 보면서 왜 이런 부분을 놓쳤을까라는 자책보다는 다른 시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TV 속 세상이지만 현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과하며 지나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 예능, 영화, 다큐 등에서의 여성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지를 보면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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