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뒤 맑음 상.하 + 다이어리 세트 - 전2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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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작품을 만났기에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이 나오면 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발이 아니라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을 하니 손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가끔 일본 작품을 만나면 우리와 정서가 달라 조금은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번 작품은 문화적인 다름이 아니라 청소년기의 아이와 부모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공감을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책의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가끔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정확한 목적지와 일정을 계획해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현실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떠나는 여행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없기에 이런 사람들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이런 여행을 떠난다면 용감한 일이라고 응원의 박수를 쳐주는 일은 힘들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즐거운 여행을 꿈꾸지만 결국은 가장 편한 집으로 돌아온다. 어딘가 떠날 생각은 하는 것은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레이나와 이츠카도 돌아올 곳이 있기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떠났던 것은 아닐까. 그들이 말한 것처럼 가출이 아니라 그들만의 여행을 떠난 것이라 생각한다.



레이나와 이츠카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집을 떠난다. 가출이 아니라 여행이라 말하고 자주 전화를 한다는 내용의 편지다. 살짝 걱정이 되는 것은 이제 이들의 나이가 14살, 17살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이 먼저 앞선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부모에게 사전에 말하지 않고 편지만 남겨놓고 떠난다면 걱정과 불안한 감정이 지배적일 것이다. 용기 있게 떠났다며 긍정적인 표현으로 아이들에 말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여행을 떠난 며칠 뒤 레이나가 전화를 걸었을 때의 반응을 보면 수긍이 된다. 우리들도 아이가 며칠 만에 전화를 걸어오면 돌아오라는 말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며 화를 내듯이 말하지 않을까.

"얼른 돌아오렴. 대체 어쩔 작정인 거니?" - 상 p.132

계획적인 여행도 좋지만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즉흥적인 여행도 즐거운 일이지 않을까. 남들이 말하는 유명한 곳과 맛집이 아니라 현지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는 것은 어디서도 해 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두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레이나와 이츠카의 마음이 한 뼘쯤 자라지 않았을까.

같은 장소를 함께 여행하고 있어도, 하고 이츠카는 생각하고 만다. 같은 장소를 함께 여행하고 있어도, 모르는 사람과 서로 알게 되는 것에 관한 한 자신과 레이나는 전혀 다르다. -하 p.308

레이나와 이츠카의 보호자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두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설렘이 가득한 여행이 된다. 어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일탈이라 생각되는 행동들이 보여 걱정이 앞서지만 아이들의 여행길을 따라가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들을 힐링의 시간으로 만들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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