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을 내기 위해 원고를 고치면서 그 두가지의
나와 맞닥뜨려야 했다. 2007년 이 책의 작가와 2020년 이 책의 독자. 우리는 둘 다 변했고, 또 변하지 않은 것 같다.
- 새로 쓴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을 보면서 독자로서 2007년에 이 책을 만난 나와
2020년에 만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그대로라고 생각하지만 분명 달라진 것이 있다. 그래서일까. 같은 책을 보면서 처음 만났을 때와 다시
만났을 때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공감은 경험에 바탕을 둔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많은 경험을 가졌기에 같은 내용을 보더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달라진다. 변화가 두려운 것인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상황에 때라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나는 독자뿐만 아니라 다시
만나는 독자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생각의 시간을 주는 책이다.

표제작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포함하여 여섯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현대인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건강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모습까지 생각하여 많은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집중한다. 다이어트의 목적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언뜻 보면 다이어트를 강박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성인이 될 때까지 늘 뚱뚱한 몸으로 살아간 화자가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보내는 일상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좋은 변화를 위해 애쓰는 일임에도 주변 사람들과의 원활한 관계 유지가 어려워진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들은 화자의 다이어트에는 적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식사를 하고 그 과정을 혼자서 맞서고 있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다수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어떤 사람들이다. - p.18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조차 축복받지 못한 출생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그의 모습은 냉소적이다. 오랜 시간 비만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변화가 생긴다. 그가 이야기처럼 집단적 가치에 의해
떠밀려 가는 것이 싫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묻혀 가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다른 일들도 내가 정말 원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아버지 앞에서 그가 먹던 국밥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은 가까이하지 않았던 그가 무너진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일까.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삶의 정답은 주지 않는다. 읽으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길을 찾아가게 한다. 이번에 만난 여섯 편의 이야기들도 읽는 동안뿐만 아니라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제의
어려움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 과정의 시간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