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들은 일주일에 몇 번은 택배를 받는다. 요즘은 택배를 더 많이 이용한다. 이 책의 내용과는 다르지만 책을 읽고 나면 택배 배송을 하는 분들의 노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다. 시기적으로 비대면 택배가 많아졌지만 대면을 할 경우에도 별다른 이야기를 주고받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택배를 주고받는 짧은 시간 동안 상대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다양한 이유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말이 따듯함으로 다가와 힘을 주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귀한 시간을 뺏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보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한다. 택배기사분들의 관점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문득, 나는 어떤 모습과 마음으로 배송된 물건을 받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일상이 사막이라는 사람이 있다. 숙소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보고 택배 일을 시작한다. 그가 맡은 지역이 행운동이라 주위 사람들은 행운이라 부르며 그도 이름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개를 한다. 말이 없어 과묵한 것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말을 줄이는 것인지 처음에는 궁금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어느 정도 나의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최소한 이름이나 나이, 사는 곳에 대한 정보 등은 공유한다. 하지만 행운이는 그런 과정들을 싫어한다. 자신의 삶 속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 싫다고 해서 들어오는 누군가를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행운이가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은 다소 엉뚱하지만 조금은 부러운 부분도 있다. 철저히 자신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다.

 

주위 풍경이나 사람에 관심이 없는 인간이니까. - p.27

 

행운이는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지만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그런 것이 싫음에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힘이 난다. 행운이에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힘들고 지칠 때 마지막으로 잡고 싶은 희망의 끈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고민을 들으면 위로를 해주려고 한다. 행운이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내뱉듯이 던지는 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위로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행운이의 삶 속으로 침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결국 나도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는 핑계로 그에 대한 삶이 궁금했다. 어떤 사연으로 행운동에 오게 되었으며 이전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현재 사람들과 어떤 모습을 살아가는 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다양한 영화와 책,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책이나 영화 속 문장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 책이나 영화 등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는 뒤표지의 문구처럼 우리의 현실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