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 단비청소년 문학
민경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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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조금씩 다르지만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 마음에 안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될 것이다. 죽어서까지 그 고통을 안을 수밖에 없는 분들이 있다.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나비가 되어 이제서야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많은 삶 훌훌 털어 버리고,

나 이제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저 하늘 위로 훨 날아오르오. - 본문 9쪽

 

<꽃과 나비>는 고등학생 희주와 희주의 왕 할머니 춘희,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SKY 반에 들어가야 한다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공부를 하는 희주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유독 왕 할머니 춘희와의 추억이 많다. 따뜻한 봄날 같은 왕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왕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비가 되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픈 어머니와 하나밖에 없는 동생 복규를 위해 가죽신을 만드는 공장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는 춘희. 일분 순사가 되었지만 아버지의 어릴 적 친구이기에 춘삼 아저씨의 말을 믿고 친구들과 함께 떠난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가죽신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었다. 어린 소녀들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들이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미치는 소녀들이 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꽃분이도 제정신으로 살 수 없어서인지 예전과 달라졌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복규를 위해 고난의 시간을 버텨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반갑게 맞아줄 가족들은 없었다.

 

미워한다는 것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 본문 100쪽

 

춘희가 겪은 이야기들을 보면 화가 나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마음의 안식처 같은 왕 할머니에게 희주가 친구와의 속상한 일을 털어놓았을 때 해주었던 이야기는 춘희가 용서할 수 없는 대상에게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당했지만 그들이 용서를 빌면 언제든지 용서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마디 사과도 듣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왕 할머니 춘희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이 아직도 계시기 때문에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어린아이들도 친구들과 싸우고 난 뒤에 '미안하다' 사과하는데 일방적인 잘못을 저지르고도 한 마디 사과가 없는 그들을 인간으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아픈 역사라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한 사람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의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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