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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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작가 중 한 명은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환야>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의 1,000 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다. 다른 책 같으면 많은 분량에 읽는 것이 두려울 수 있으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가독성이 높아 눈 깜짝할 사이에 읽는다. 이건 어떨 때는 단점으로 다가온다. 오래도록 읽고 싶은데 벌써 다 읽어서 아쉬움이 생긴다.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환야>도 읽기 시작하면 두 권을 다 읽을 때까지 중간에 멈추지 못하게 된다. 이야기 속에 몰입하여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한 번 만나게 되면 다음 작품을 빨리 만나보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표지부터 눈여겨보게 된다, 1권, 2권의 표지에 보이는 인물은 여자와 남자로 추측이 된다. 그들은 어떤 관계일까. 1권에서는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인데 2권에서는 서로 떨어져 있으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마사야가 스스로 만든 어둠일까. 아니면, 미후유가 이끄는 어둠에 어쩔 수 없이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마사야의 삶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들의 삶은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모른다. 첫 단추는 지진이 일어나던 날의 선택이다. 그 단추를 잘못 끼워 스스로 만든 어둠 속으로 들어간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지진이 일어난다. 장례식에 찾아온 고모부의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아버지가 남긴 보험금으로 빚을 갚으라는 고모부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대들보에 깔려 있는 고모부 도로시를 구해주었더라면 마사야의 삶은 달라졌을까. 마사야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그 현장에는 신카이 미후유가 있었다. 이 일로 마사야의 삶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 1권 334쪽

 

여러 사건들이 발생한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고 사건들도 해결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의심스러운 가토 형사. 그는 조용히 독단적으로 여러 사건들을 파헤져간다. 그러는 가운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밝혀지며 한 인간의 속 모습을 보게 된다. 마지막은 예상과 다른 결말이라 조금 놀라웠다. 아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렇게 되니 마음이 무거웠다. 마사야가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선택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마지막은 미후유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게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야." - 2권 123쪽

 

마사야의 모든 행동들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한 일이라며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데 있어 이유는 없겠지만 마사야는 미후유의 어떤 점을 사랑한 것일까. 그것이 과연 사랑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이용해 사람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이 있다. 마사야는 미후유의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다.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무서운 중독이다. 미후유에게 중독되어 조정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사야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가 아니다. 아니면 믿고 싶어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매번 실망시키지 않는다. 어쩌면 독자가 결말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사건의 중심에 어떤 인물이 있을지 유추할 수 있음에도 긴장감을 늦출수 없다. 인간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가끔은 '선'이라는 것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인물들이 있다. <환야>에서 만나는 미후유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서 '선'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녀가 꿈꾸는 세상은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 만들어  가는 행복이다. 아니, 그녀가 꿈꾸는 행복도 아니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세상에는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결국 마사야는 미후유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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