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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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간절함도 있다.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간절함도 있지만 그 간절함을 누군가 알아주기 바랄 때도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유명한 광고를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웃으며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미신을 떠나 우리들도 어떤 대상을 향해 간절히 바랄 때가 있다.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만약, 소원을 이루어주는 장소나 대상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실제로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들면 우리들은 각자의 소원을 담고 그곳을 찾아갈 것이다. 소원은 다르겠지만 소원이 이루이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같다.

 

누구나 자신의 존재 의미는 생각해본다. 내가 왜 태어났을까,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등의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 할 것이다. 하지만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레이토도 그렇다.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이런 것을 보듬어 줄 가족은 연로한 할머니뿐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사회생활을 하며 떨어져 있으니 세상에 자신 혼자뿐이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아버지,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이제는 서로 연락도 잘 하지 않는 할머니. 세상은 생각하는 것처럼 따뜻하고 레이토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당 해고를 당했다는 생각에 벌인 일로 인해 경찰서 유치장에 가게 된다. 유치장에 찾아온 변호사로 인해 레이토의 삶은 달라진다. 변호사는 전 직장의 사장이 한 말을 전해주며 그의 예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해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레이토는 지금까지의 삶은 불행한 출생으로 인해 그런 것이라며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의 말처럼 달라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녹나무의 파수꾼이라는 임무를 맡으며 그는 달라진다.

 

"결함 있는 기계는 아무리 수리해도 또 고장이 난다. 그 녀석도 마찬가지여서 어차피 결함품, 언젠가 훨씬 더 나쁜 짓을 저질러서 교도소에 들어갈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월향신사의 녹나무는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지름이 5미터. 높이는 20미터가 넘는 녹나무에 사람들은 기념을 하러 온다. 그 누구도 녹나무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지 않아 레이토는 기념을 하러 오는 사람들과 녹나무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단순히 생각한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하면서 녹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녹나무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레이토도 조금씩 변화해 간다.

 

녹나무에 오는 사람들은 떠난 사람들을 추억하고 떠난 사람들은 미처 자신이 말하지 못한 것을 녹나무를 통해 전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말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녹나무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며 상처를 보듬어간다.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오해를 하고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녹나무를 찾은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레이토를 보며 우리들도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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