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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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책을 읽어야 하지만 유독 어울리는 것들이 있다. 시는 가을이나 겨울에 읽으면 왜 좋은 것일까. 짧은 내용들이라 부담이 없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작가분들이 있지만 작품을 완독한 작가는 손에 꼽힌다. 나에게 있어 그중 한 분은 정호승 작가이다. 출간되는 모든 책들을 만나고 있기에 이번에도 <당신을 찾아서>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큰 기대감을 가지지 않고 가까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으로 만나는 책이다. 표지는 차가운 겨울처럼 푸른빛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을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당신을 찾아서>는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들과 우리들의 삶을 시로 녹여내고 있다. 개똥, 새똥은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소재로 어떤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솔직히 더럽다는 생각 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길거리를 지나며 피하고 싶은 것들이다. 만약에 길을 걷다 마주한다면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감정을 갖는다. 시인은 더럽다고만 생각되는 그것들로 우리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내용도 있어 눈에 띈다. 아니, 우리들도 지갑을 보며 늘 하는 생각이라 공감하면서 슬프지만 웃게 되는 시가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텅장'이듯이 지갑도 늘 배고프다. 열심히 살지만 이상하게 통장과 지갑은 채워지지 않는다. 이 시를 보면서 슬프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네 가슴을 두툼히 채워주지 못하고

늘 배고프게 해서 미안하다 - '나의 지갑에게' 중에서

 

'촛불'이라는 시를 보면 많은 분들이 부모님을 떠올릴 것이다. 나 또한 며칠 전 가족들 앞에서 케이크의 초를 부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늘 우리 곁에 계시길 바란다면 욕심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직까지는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년에는 어떤 케이크를 준비하고 무슨 선물을 해드리지라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한해한해 지나가며 우리들도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한다. 앞으로 이 시간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미리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감사하다

내 가슴에 분이 맺히는 게 아니라

이슬이 맺혀서 감사하다

나는 이슬이 맺히는 사람이다 - '이슬이 맺히는 사람' 중에서

 

이 시를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직 이슬이 아닌 분이 맺히는 일이 많다. 서운함과 억울함으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도 가진다. 분을 품고 있으니 쉽게 잠도 이루지 못한다. 시인처럼 이슬을 맺는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집을 보면 얼었던 마음이 녹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생각해 보게 된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조차 사치이고 낭비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마음을 잊게 하는 책이다. 잠시 쉬어가고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또 다른 힘을 갖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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