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
손지상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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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심상치 않다. 어떤 내용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제목을 보면서 내용을 유추하는 재미도 있는데 이 책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앞표지보다는 뒤표지가 이 책의 내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 사람의 표정을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위치가 바뀌어 보이는 아버지와 아들. 편견이나 고정관념일 수 있겠지만 평소 가졌던 아버지의 모습, 아들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면 일단은 그것부터 버리고 봐야 할 이야기다.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마동군이 이곳의 풍경이 낯선 것처럼 우리들도 마동군처럼 낯설게 느껴지고 만나는 사람들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일까. 철부지 같다며 마냥 웃을 수도 없다. 세상 고민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가장 자연스럽게 사는 인물이 아닐까. 세상의 일을 걱정한다고 그 걱정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B급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상황이나 인물들을 웃으며 본다. 마동군과 '죽은 눈'의 소녀가 함께 해결해가는 사건이 중요하지만 이 책에서 '쓰레기'에 대해 생각하며 보게 된다.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가 아닌 거. 일종의 정보. 일상의 로그파일. 고고학적 유물처럼 하나하나가 삶의 조각인 거. 신문 스크랩 같은 거. 남이 보면 의미 없는 종잇조각 같지만, 다른 눈으로 보면 중요한 의미가 담긴 거. 의미를 알아보면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닌 거. - 본문 41쪽~42쪽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수많은 쓰레기가 나온다.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들이 어느 날 쓰레기로 전락한다. 이제는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되기도 한다. 의식적으로 버려지는 쓰레기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쓰레기가 되어 가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쓰레기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하나 눈여겨 보게 되는 것은 '마음의 쓰레기'이다. 이 책에서는 마음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통과 마음 편히 놀면서 괴로움을 묻어버리 수 있는 매립지를 만든다. 우리들의 마음에도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지만 버릴 곳을 찾지 못해 마음 속에 담아 두는 일이 많다. 마음 속에 쌓인 쓰레기를 버릴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시원하게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사건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개성 있는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일이라 생각이 되는 반면 우리들의 무관심으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구나 마음속에 쓰레기는 있을 것이다, 그 쓰레기들을 제대로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 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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