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한 탑 그림책은 내 친구 23
콜린 톰슨 지음, 이유림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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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나 아동보다 성인층에게 보다 더 어필하는 그림책 작가 콜린 톰슨의 『태양을 향한 탑』에는 세상의 모든 랜드 마크가 빼곡히 들어차있다. 오만해진 나머지 신과 대등해지고자 했던 인간들이 쌓았던 바벨탑은 이제 극심한 오염으로 짙은 구름층을 뚫고 도달하지 못하는 태양을 갈구하는 인류의 열망으로 변해, 태양을 볼 수 있는 탑을 쌓기에 이르는데, 그 재료가 바로 인류문화유산들인 거대 건축물들이다. 브뢰겔의 명화 속의 바벨탑은 태양도시를 구축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이 되고, 태양에의 갈망은 탑 위에 마구잡이로 쌓이는 랜드 마크들의 서글픈 잔재들이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염된 지구의 초상은 SF영화에서나 봄직한 설정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당연한 수순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우리의 현주소이기에 감탄만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없는 불편함을 야기한다. 세계의 부호조차 구름층을 뚫을 수 있을만한 에너지를 구할 길이 없으며, 야경을 자랑하던 고층빌딩의 조명들은 한밤에도 불을 밝힐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빈곤들에 마음을 쓰다가도 콜린 톰슨 특유의 블랙유머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그림책 자체를 여러모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돋보인다.
 

태양을 향하던 부호의 기구는 오염의 집합체인 구름층을 뚫지 못하고 좌초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 울루루에 건축하기 시작한 태양도시에 거대 인파가 동참하는 모습은 늘 그렇듯 잃고 나서야 가졌던 것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 인간의 늦된 본성이다. 가진 재산과 남은 생을 쏟아 부어도, 손자가 증손자를 낳은 시절이 와도 까마득하기만 한 이 마천루를 위한 극약처방은 세계 각지의 유명 건축물들을 통째로 옮겨야 쌓아올리는 것이다. 타지마할, 빅 밴, 오페라하우스, 만리장성,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금문교, 콜로세움, 판테온 등이 탑의 재료로 포개지고, 또 포개지다가 드디어 태양과의 조우가 가능해 지던 순간!
 

같은 시기에 소개된 『영원히 사는 법』이 영생의 덧없음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조명이었다면, 『태양을 향한 탑』은 파멸에 다다른 인류가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찾은 희망을 말하고 있어, 절망 속의 한 줄기 빛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만든다. 태양과 유리된 채, 파란 하늘이란 사진 속에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지구에 대한 부채를 떠넘기고 있는 작금의 실태를 모든 세대가 되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가 웅변적이다.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도 회복 불가능한 암울한 미래에 한 발짝씩 다가서는 기분으로, 시한에 다다른 모래시계를 뒤집어 파괴를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면 적어도 그것을 가속화시키는 몸부림에 제동을 걸어야하지 않겠는가.
 

모든 에너지가 바닥나고, 레일 위의 전차는 돛을 달고 달려야하는 시대, 우주로 나가도 푸른 별 지구의 자태는 더는 볼 수 없는 우중충한 풍광의 인간성마저 어두컴컴해지는 시절의 태양빛을 되찾으려는 염원은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지상의 유일한 랜드 마크가 되어 마천루의 꼭대기에 앉아 바라보는 푸른 하늘과 태양에 감격하기 무섭게, 지상에는 탑에 오르고자 하는 인간들의 무리가 흡사 만리장성의 꾸불꾸불한 자취를 연상시키며 끝도 없이 늘어져있다. 너무도 당연히 누리던 것을 빼앗기고, 아니 스스로 더럽힌 것의 지당한 결과를 맞닥뜨려야하는 지상의 무리들이 천상을 탐하는 태고의 신화의 재연은 이다지도 가련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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