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미자 씨 낮은산 작은숲 12
유은실 지음, 장경혜 그림 / 낮은산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스러운 존재는 사랑받지 않는 것이 의아스럽다, 보통은. 그것은 외모일 수도 있고, 지위일 수도 있고, 그의 경력일 수도 있으며, 그 모든 것과 아무 상관없는 무조건적이 애정에 기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콩깍지라는 것이 조건을 수반하지 않는 돌발적인 예외에 속하지 않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찮게 보는데, 사랑스러워야 사랑하기 수월한 애정의 연상 작용이 이해 불가한 것은 아니다. 여기, '미자'라고 불리는 지질함의 결정체 같은 여인네를 보면 애정보다 실소가 터져 나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던 첫 인상은 과연-


유은실의 신작 『우리 동네 미자 씨』의 타이틀 롤은 날품팔이 동네식객 노처녀 미자 씨인데, 마을 어른들에게는 "미자야!"라고 불리고, 아이들에게는 "아줌마"로 불리며, 사실 "미자 씨"라고 격식 있게 불러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가씨였을 때 '어쩌다' 빚을 잔뜩 지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졌다는 과거지사가 얼핏 소개되지만, 워낙 낮은 곳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하루하루라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커다란 모험처럼 느껴진다.


동네 슈퍼에는 외상이 잔뜩 있고, 잔치마다 빼놓지 않고 찾아들어 잔뜩 얻어먹지만 선물은 챙긴 적 없으며, 아이들 주전부리를 뺏어먹으며 끼니를 해결하곤 해서 원성을 사고, 유일한 말동무는 주인집 더부살이 조카딸 성지인데 늘 일방적으로 타박을 듣기만 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일용직에 적합한 튼튼한 몸 밖에 없는, 세상의 트렌드와 역행하는 아이콘인 미자 씨이다. 강박적이고 연출된 세련미를 과시하는 1%보다 우리에게 훨씬 가까운 존재일수도 있는데 유은실의 극작법은 언제나 그렇듯, 사소한 존재에 대한 천연덕스러운 재조명이라 하겠다.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라면을 먹을 때조차 스프를 아끼고, '도둑이 들까봐' 쌀을 옷장 깊숙이 넣어두고, '추리닝'이 아닌 옷가지라고는 올이 다 풀린 코트나 주인집 아저씨가 물려준 남자 점퍼뿐인데도 미자 씨는 주눅 들지 않는다. "아줌마는 왜 그렇게 없는 게 많아?"라는 성지의 구박에 없는 것을 자꾸 생각하면 불행해진다는 미자 씨의 대답은 그녀의 존중받아 마땅할 고난 속에서 체득한 귀한 생존법이다. 물론 어린이책의 주인공으로서, 아이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킬만한 히로인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유은실의 히로인들은 '보통'이 아닌 '보통'. 조금은 색다른 '보통'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


남몰래 짝사랑하던 부식 차 아저씨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펑펑 우는 미자 씨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큰댁에 맡겨진 채 미자 씨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위안삼곤 했던 성지의 마지막 포옹은 사랑스럽지 않은 존재들이야말로 더욱 사랑받아 마땅하다는 간과되기 십상은 자명한 이치를 넌지시 묻고 있는 듯하다. 너무나 가진 것이 없어 내일을 꿈꾸는 것이 사치스러운 이들에게 싸늘한 냉대 대신, 그네들의 외로움의 그림자를 옅게 만들어주는 '남다른 보통'에 대한 인정을 되새겨보게 한다. All You Needs is 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