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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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을 책으로 채워두고도, 책 무덤 때문에 때로는 방문이 열리지 않는 경험을 하면서도 도서관 나들이는 언제나 특별한 일상의 모험이다. 천정까지 가득한 가지런한 서가의 숲에서 매혹과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내가 좋다. 나의 책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동안 열심히 읽고, 대출 중인 책이 돌아오기는 기다리는 심정이며, 검색은 되는데 제자리에 꽂혀있지 않은 행방불명의 책 앞에서 절로 입이 나오는 경험을 있는 이들이라면 어른 아이 할 것이 즐길 수 있는 아주 예쁜 동화를 만났다.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를 읽으면 지브리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이 떠오른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년 소녀가 나오고, 도서관과 골동품 가게를 오가는 계단 높은 장소의 특별한 일몰, 고민 많은 장래와 풋풋한 첫사랑 등, 물론 시즈쿠와 세이지는 진학과 유학을 앞둔 꿈 많은 중학생이었지만. 소설가인 아빠와 이혼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시오리는 구모미네 시립도서관의 단골이용자이자 열혈 팬이다. 게임에 몰두하는 주변의 친구들과 달리 '그 시간이면 책을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독서광으로, 단순히 책만 읽고, 빌리는 공간이 아닌, 연일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벌어지는 구모미네 도서관의 산증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의 모험담? 일상적으로 대출, 반납 이외의 일들에 무감한 이들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지도 모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관의 주요 업무 이상에는 관심이 적다. 사서로 일하는 사촌 언니 덕에 시오리는 구모미네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여러 작은 모험들에 참관하고, 때로는 직접 그 모험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전쟁과 예전에 있었던 미납벌금 등등의 사정으로 60년 만에 반납된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귀한 식물도감을 훼손해버려 전전긍긍하는 초등학생 커플의 절판본 구하기, 좋아하는 삽화가의 책을 모으려고 도서관 책을 가져가버린 아이의 사연, 도서관 문화행사에 연사로 초청된 시오리의 아빠……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만나게 된 다양한 인물군상들은 저마다의 책에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손짓하기도 하고, 공감대를 나누며 특별한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책을 통해 다양한 로망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책에, 책이 가득한 공간에 무한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동화는 시종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인상을 안겨줄 것이다. 하나같이 반듯하고 질서정연한 끝맺음을 보여 다소 정물적이고 착하기만 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 권의 책은 그대로 한 권의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표지를 넘기면 거기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따라서 나에게 수많은 책이 꽂혀 있는 도서관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문이 있는 곳이다"(p7~8)


도서관에서 무수한 세상과 만나는 시오리에게 비 오는 날보다 훨씬 더 많은 '맑은 날 도서관에 가는'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대로 도서관의 역사가 된 60년 만에 돌아온 책이랄지, 도서관에 초청된 유명 소설가랄지, 잃어버린 절판본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일이랄지의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일을 겪지 못하면 또 어떤가? 도서관은 늘 가득한 매혹과 설렘으로 우리를 모험 이상의 곳으로 초대하는 마법의 공간임을 이미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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