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률 -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일깨워 주는
아일린 쿠퍼 지음, 정선심 옮김, 가비 스비아트코브스카 그림 / 두레아이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젖살이 통통히 오른 붉은 볼의 사내 아이 주변으로, 물고기, 코끼리, 학, 비둘기 등 한 눈에 봐도 뭔가 종교적인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는 동물들이 가득 그려있다. 프레스코 화에 칠해진 회반죽처럼 두터운 질감의 삽화가 어지러이 보일만도 한데, 반듯한 이마, 투명한 눈망울, 꽃처럼 붉은 입술을 가진 세상의 온갖 오점에 물들지 않은 무구한 아이의 흔들림 없는 시선이 산만한 배경에 강한 흡입력을 부여한다.


굳이 저자의 이력을 확인하지 않아도 책장을 넘기면 등장하는 '할아버지'가 랍비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유대의 교리와 진리를 전하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황금률(Golden Rule)>이란 뭔가 보편적이자 초월적인 삶의 법칙임을 이내 짐작할 수 있다. 랍비 할아버지와 아이의 문답이 진행될수록 사소한 깨달음이 어떻게 세상의 질서를 조화롭게 하는지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도 볼 수 있는 "네가 남에게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의 변형이 되긴 했지만 동일한 의미를 지닌 종교적인 계율, 격언, 고사들이야말로 유구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황금률을 담고 있는 그릇이 아닐까? 선민사상, 피의 복수, 성스럽지 않은 성전, 인습과 결탁한 족쇄로서가 아닌 종교 본연의 핵에 다다르면 발견할 수 있는 진리에 대한 풀이가 랍비의 입을 통해 진중하게 흘러넘친다.


검은 색 일색의 차림과 수염, 키파를 쓴 랍비 대신, 가사를 두른 승려, 로만 칼라를 입은 신부, 또는 브라만이나 이슬람 사제가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구성은 황금률이 가진 보편적이기에 더욱 귀중하고, 그만큼 쉬이 지나치게 되는 현실의 문제를 되짚는다. 유혈과 분쟁으로 얼룩진 바로 내 곁의 세상사를 떠올려보면, 단순한 것일수록 지키기 힘들다는 자조가 절로 나오지 않는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황금률을 실천하게 할 수는 없지만, 딱 한 사람만 황금률을 실천하면 그만인 문제인 것을. 바로 '나'부터. 남에게서 황금률의 실천을 목도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행하는 황금률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든다-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설파하기 위해선, 이 책을 골라주는, 읽어주는 이들이 황금률을 실천하는 역할모델이 될 필요가 절실하진 않은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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