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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 신화 속에서 찾은 24가지 사랑 이야기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간편한 읽을거리가 넘친다. 원문을 읽는 것은 시간낭비처럼 취급되고 있기까지 하다. 곳곳에 책 읽어주는 이들이 책을 쓰고, 읽는 이들 못지않게 '성업'중이다. 대략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만 알면, 전부를 읽었다는 편안한 착각에 빠져들게 되는, 활자를 '소비'하는 독자층의 수요도 공급을 부추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신화를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대신 신화를 읽어주는 책을 읽는다. 토머스 불핀치나 에디스 해밀턴 대신 이윤기라는 시대의 문장가가 들려주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기점으로 신화를 소비하는 계층은 늘었을지 몰라도, 재단되고 해석된 신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한 번쯤 되짚어나가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책 읽어주는 이들이 해석해내는 신화가 원전의 자리를 무색케 하고 있다.
최복현의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는 인터넷 세계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꼭지들을 엮은 '신화 읽어주는 책'이다. 그러나 신화를 제대로 읽기 위해 가져야하는 스키마를 풀어준다거나, 상징적인 암시 속에 숨겨진 신화의 진면목을 해독하려는 것이 아니라, 타이틀 그대로 신화 속의 여러 유형의 사랑이야기를 평이하게 풀어내고 있다.
안 그래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신화 속의 사랑들을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무덤덤한 습관처럼 읽을 수 있는 정도의 해석들로 가득하다. 문장은 그리 참신할 것 없는 지루함이 감돌고, 사랑의 해석은 구태의연하다. 신화를 해석하고 있다기보다는, 유수의 신화 읽어주는 책들을 원문삼아 다이제스트의 다이제스트를 읽는 듯하다.
기획연재물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안이한 구성의 책이다. 거기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명화나 조각상들을 실고 있으면서도, 단 한 점도 저작을 표기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명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류의 책들이 그렇게도 많이 나와 있는 것에 비해, 여러모로 안이함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책이다.
신화 읽어주는 이들은 많지만, 궁극적으로 신화를 읽기 위한 안내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슷한 부류의 책들에 비해 아주 희미한 정체성을 가진 신화 속의 사랑을 깊이 없이 통에, 신화의 원류에 빠져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