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로 본 위대한 CEO의 유형

삼국지 경영학 - 위대한 영웅들의 천하경영과 용인술
최우석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6월

    진수의 정사 [삼국지]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중국 고전을 넘어서,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다. 흔히 [삼국지]로 불리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조조를 난세의 간웅으로, 유비를 후덕한 성군으로 그리고 있어, 영웅들의 이미지를 고착시켜왔다. 정사 [삼국지]를 편찬한 진수는 촉한 사람임에도, 위, 촉, 오, 세 나라에 치우짐 없이 공정한 시선으로 기술하고 있어 재미가 덜한 면이 있다고 한다. 여러 판본의 [삼국지]가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 세간의 관심도가 높다는 것의 반증으로, 조조, 유비, 손권을 비롯한 영웅호걸들을 둘러싼 평가들도 흥미롭게 진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몸담았던 경제경영전문가의 시각으로 조조, 유비, 손권을 재조명한 [삼지 경영학]은, 각각의 인물들을 거대 기업의 CEO로써 분석하고 있는데, 성공적인 CEO의 여건과 자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하는 흥미만점의 책이다. 개국시조인 조조와 유비를 창업형 CEO로, 아버지와 형에게서 권세를 물려받은 손권을 수성형 CEO로 분류해서 각각의 성공사례와 후계구도의 명암에 이르기까지, 바른 기업경영의 전례를 [삼국지]에서 찾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조조는 모략과 음모에 능한 간웅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데, 이는 나관중의 소설 속에서는 촉한의 유비가 정통의 계승자로 묘사된 탓이다. 금세기에 이르러 조조를 재평가하여, 그의 리더로서의 역량에 후한 평가를 주고 있다. 지나치게 유능해 인물이어서 난세에는 정권을 찬탈하는 인물이 될 거라는 평을 받았던 조조는, 몰락해가는 한나라의 황제를 자신의 보호 하에 두고 황권을 내세워 천하를 호령하면서 명망을 얻기도 한다. 인재등용에 가장 탁월한 감각을 가진 조조는, 한때 적장이었던 인물도 서슴없이 후대하여 더 크게 쓸 수 있었다. 때로는 능수능란한 연기까지 동원해 신하들을 속이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기복을 보여 감히 자신을 짐작하는 것을 막기도 했다. 위를 개국하면서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신하들을 숙청하거나 자식들을 치열한 후계경쟁 속에서 키워 후사를 도모하는 것에서 보여지는 냉혹함 또한 조조가 궁극적으로 천하를 얻을 수 있는 저력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유비는 자신이 가진 능력이상으로 후한 평가와 인망을 얻는 데 성공한 리더이다. 의형제인 관우와 장비라는 희대의 명장과 [삼국지]사상 가장 탁월한 지략가인 제갈공명을 얻는데 성공하고, 한 번 군신의 관계를 맺은 인재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덕망있는 CEO로서의 유비의 최대의 강점이 된다. 적재적소에 등용한 인재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리더였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처지에서 느즈막한 나이에까지 숱한 고생을 전전하면서도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관우가 오나라의 전투에서 죽고나서 벌인 보복전에서 보인 실책으로 촉의 형세는 기울기 시작하지만, 공명에게 후대를 기약하고 전권을 줌으로써 그의 후계구도는 크게 약화되지 않았다.

    손권은 불과 19세의 나이에 CEO가 된 2세 출신이다. 조조와 유비에 비해 연륜과 경험이 부족하여 과소평가받는 경향도 있지만,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수성에 힘 쓴 리더로 오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위를 견제하기 위해 촉과 손을 잡거나, 조조에게 황제에 오르라 건의하며 신하됨을 자처하는 등 명분보다는 실리 외교에 힘을 쓰는 명민함도 엿볼 수 있다. 가장 강대한 나라 위와 약소하지만 덕망높은 촉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 흔들림없는 나라를 만들어간 능력이 탁월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손권은 말년에 실정을 거듭해 신하들을 의심하거나 후계자들을 차례로 제거하고, 8살인 아들에게 승계하는 등의 몰락을 초래하기도 한다.

    조조, 유비, 손권을 통해 CEO가 가져야할 자질들이 무엇인지 숨가쁘게 살펴보게 된 계기가 되어준 시간이었다. 국내 굴지 재벌가 CEO들의 명암을 대비하기도 하고, 세계적인 CEO들의 사례를 통해 진정한 CEO의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인재등용에 힘 써야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재능을 꽃피우게 해야하고, 허를 찌를 수 있는 새로운 도전에 과감해야하며, 후계구도를 안정시키되 과감하게 권력을 이양시킬 수 있는 결단력 또한 필요하다는 진리를 위, 촉, 오의 영웅호걸들의 천하를 다투는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정한 CEO가 절실한 지금, 거대 기업들의 자정과 분투가 진정으로 요구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