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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 - 오프라 윈프리의 일과 성공과 사랑
로빈 웨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집사재 / 2007년 5월
평점 :
그녀를 처음 봤을 때, 거대한 몸짓과 퉁명스러운 말씨, 무엇으로도 치유할 길 없는 상처에 압도당해버렸다. 저 추래해보이지만 자존심만은 절대 꺾이지 않는 그녀의 존재감에 몸이 떨리는 경험을 했다. 그녀는 앨리스 워커의 원작소설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한 <칼라 퍼플>에서 ‘소피아’를 연기했던, 오프라 윈프리였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것들이 있다. 유명한 토크쇼, 가장 부유한 여성, 가장 영향력 있는 명사, 암울했던 유년 시절, 체중과의 전쟁, 자선활동, 사생활 등.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주목하고, 전하는 오프라 윈프리의 동향은, 거품만 가득한 유명세가 아니기 때문에 가치 있는 토픽으로 여겨지는 것일지도.
너무나 많이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식상해지지 않는 비결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부와 명성을 추구하며 성공가도를 달려온, 자수성가형 명사의 궤적과 일치하는 면모가 거의 없다는 것이 하나의 요인일 수도 있겠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나고 자라면서, 유년 시절을 근친들의 강간에 시달리고, 낙태를 경험한 여성이, 미(美) 전역에서 방송되고 있는, 수십 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킨 토크쇼의 진행자가 된다. 자신의 제작사를 가지고, 영화와 잡지와 쇼를 만들면서 세상을 변화 시킨다.
오프라 윈프리에게서 성공의 비결을 발견해내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실천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문제이다.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 그 과정을 즐겼다면 실패가 아니다”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어록으로 시작하고 있는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는 세간에 널리 퍼진 ‘오프라 전설’을 한 데 모아둔 가이드북 같다. 타이틀로 내세운 인용문은 오프라 윈프리 이전에 에디슨의 생일파티에서 전해져온 에피소드를 연상시킨다. 그러니까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들만이 할 수 있는 당당한 커밍아웃 같다고나할까?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는 남아공에 소녀들을 위한 ‘오프라 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에서부터, 지나친 다이어트 때문에 졸도했다는 파파라치 기사 사이의, 오프라 윈프리의 캐리어에 관한 노출도가 심한 ‘전설’들을 모아놓은 한 권이라, ‘입문자’가 아니라면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가장 낮고 음습한 곳에서부터, 가장 높고 화려한 정상에 서기까지 오프라 윈프리의 삶은, 전형적인 데라곤 하나도 없는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며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만이 초대받을 수 있는 영역에 들어선 후, 옳다고 믿는 쪽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와 권력을 쌓기 위한 성공이 아니라, 차별과 억압을 없애기 위한 성공한 이의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 윈프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의식 있는 역할모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