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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빠지다
김상규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말을 겨루는 프로그램들이 화젯거리다. 대부분의 어휘에 외국어와 외래어를 잔뜩 섞어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센스 있어 보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여기고 싶지만, 그렇다고 우리말의 황금기가 도래했다고 낙관할 수도 없다. 외국어, 외래어, 외계어, 이모티콘의 꾸준한 역습은, 우리말 지킴이들이 여느 때보다 분주한 사명감을 가지고, 사어가 늘어만 가는 우리말에 생기를 돋우기 위해 종종거리고 있다.
우리말의 어원이며 잘못된 활용의 예를 풀이한 책들이 심심찮게 쏟아지고, 관심을 끌고 있다. 한동안은 꾸준한 붐을 이루며 많은 호응을 받을 것 같다. 부끄럽지 않은 언어습관을 가지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유행이 아닌 일상으로 정착될 때까지 한동안은 ‘열공’에 힘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현직 국어선생님이고, 라디오방송작가 경력이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우리말에 빠지다』는 철저히 생활과 일상에 뿌리를 둔 우리말을 다루고 있다. 라디오에서 방송된 꼭지들답게, 짤막하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고 있어 친근감이 느껴진다.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거슬러 올라보면 역사가 등장하고, 풍속이 살아 숨 쉰다. 말이란 어떻게 만들어지고 향유되는지, 왜 잘 써야하는지를 무섭게 호통 치며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찾아 읽을 만큼만 읽어도 무방하게 구성해놓았다.
습관적으로 써온 속담이나 경구에는, 애초에 담긴 뜻과는 별개의 해석들이 첨가되어 내려오기도 하고,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비속한 표현들이 실상은 좋은 어감을 가진 말들이 암묵적인 합의로 인해 변용되기도 하고, 예전과는 달라진 시대적 조류 탓에 해학이 덧붙여져 새롭게 쓰이기도 한다. 우리말의 유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박증보다는, 하나의 말이 만들어지고 쓰이는 과정에서 소통의 흔적들이 어떻게 깃들어왔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 흥겨웠다.
풀어쓸 수 있는데도 외국어를 고집해서 쓰는 것이 센스 있어 보이는 때는 분명 지났다. 우리말을 맛깔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환영받은 때가 분명 올 것도 같다. 구어체로 쓰인 꼭지들을 하나씩 골라 읽고, 하루에 하나정도 주위에 소개하면서 자연스레 말할 수 있는, 작지만 유쾌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