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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수첩 이야기
한창욱 지음 / 새론북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론만 나열하는 일방통행의 자기 계발서가 아닌, 공감대를 이끌만한 드라마를 가진 구조가 인생과 성공의 법칙들을 전하는데 많은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30대의 나이에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과 더불어 파산지경에 이르고, 패배감에 젖어 자살충동을 느끼는 S가, T라는 멘토를 만나 성공을 이루는 과정을 담고 있는『희망수첩』은 저자의 의도가 그대로 휘발되지만은 않았던 한 권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의 구성으로 출판계를 풍미한 어느 자기 계발서와도 닮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운전사 찰리와 자수성가한 사업가 조나단이 주고받던 마시멜로 법칙은 여전히 ‘~이야기’류의 확산에 정점에 서 있는 듯하다. 실패와 가난에 굴복해서 좌절감에 찌든 젊은이와 인생을 관조하며 성공으로 이끄는 법칙들을 설파하는 자수성가형 인물들의 예측 가능한 문답들.
일방적으로 나열되는 성공의 법칙들은 호소력을 얻기보다는 자기 계발서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습관성 저술’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고사들을 인용하거나, 토막토막 삽입되는 주변인들의 경험담에 이입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약간의 창작이 가미되고, 인생살이의 희로애락에 살을 붙이고, 실패와 성공 사이의 롤러코스터를 닮은 상승과 하강곡선을 이야기하고, 실패와 가난을 겪었기에 더욱 값진 성공과 부에 대한 판타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들이 수긍이 간다. 창작이 가미되었다고는 해도, 그것을 넘어선 실상을 충실히 살아낸 역할모델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희망수첩』은 가독성이 좋은 것에 비례하게 의아한 점이 눈에 띈다. 어투와 문체가 매끄러운 번역물을 상기시킬 만큼, 국내도서가 아닌 외서를 연상케 하는 면모가 의아스럽다. 실패에서 성공가도를 향해, 진정한 부와 성공을 지향하면서 여러 고난들을 통해 다시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주인공 S의 상황이 의문스러운 것이 아니라, 어색한 문어체로 서술되는 전개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성공하는 사람이 지혜 다음으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입니까?”
“언제나 밝은 미소,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 철저한 시간 관리, 실패를 반전의 기회로 삼는 용기, 잔잔한 여운이 남는 대인관계, 끊임없는 자기 개발이 있어야겠지.” (P150)
"그리고 이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치는 작은 선물이오.”
“나는...... 사, 사랑을 모르는 바보, 천치였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국의 멋진 바닷가를 배경으로, 멋진 여성과 벽난로 앞에서 나누는 뜨거운 사랑이 지상 최고의 사랑인 줄로만 알았다오. 천성이 우둔한 때문인지 얼마 전에야 깨달았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라는 것을. 멋진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하듯이 일종의 소유욕이라는 것을. 갖고 나면 이내 싫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P243)
끝내 가난과 패배의식을 벗고, 단순한 부의 축적이 아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줄 성공한 부자 되기’를 담은『희망수첩 이야기』에서, 현실성을 취약하게 만드는 커다란 요인이 저자의 문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아쉽다. 매 순간 스쳐 지나는 성공의 기회를 잡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와 자조만 하는 실패한 이들이 집착하게 되는 매뉴얼의 형상화가 곧, 닮은꼴의 자기 계발서의 범람을 부른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는 없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