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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 호랑이 ㅣ 안 알려진 호랑이 이야기 2
김향수 글, 함현주 그림 / 한솔수북 / 2007년 3월
평점 :
무서울라치면 익살맞은 데가 있다. 날렵함이나 세심함 대신 친근한 둔탁함이 있다. 좀 더 먹과 채색의 농담에 신경써주었으면 하지만 두루뭉실한 느낌마저 난다. 왜냐하면 우리 호랑이는 우리 호랑이지만, 심사정과 김홍도의 <맹호도>에서 튀어나온 호랑이가 아니 작자미상의 민화에 등장하는 <까치호랑이>를 근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행어사 호랑이』는 조선후기의 민간예술가들이 서민들에게 쓱쓱 그려주던 수호부적인 ‘까치호랑이’를 모토로 했기 때문에 권위보다는 친숙한 느낌이 나는 것이다.
우리 옛 이야기에서 호랑이는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민초를 수탈하는 탐관오리를 형상화한 포악한 호랑이(<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팥죽 할머니>까지 가장 많이 등장하는)와 은혜 갚는 호랑이로 등장해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호랑이. 『암행어사 호랑이』는 힘과 권위를 아래에게 내세우지 않는 공정한 심판자로 은혜 갚는 호랑이의 유형에 속한다.
호랑이, 여우, 나그네, 소나무, 암석, 으슥한 곳에 있는 대저택. 이쯤 되면 아이들도 짐작할 수 있다. 호랑이와 나그네를 다른 캐릭터로 바꾸고, 구미호를 여타의 요괴로 등장시킨다 해도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간다는 것을. 가지고 있는 전래동화 전집에 이와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가 몇 개나 될지 읽다보면 제목들이 쏟아지게 될 것도 같다. 유랑하는 암행어사로 까치호랑이를 등장시킨 것 외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새로 쓴 전래동화 그림책이라 할 수 있겠다.
본문의 글씨체부터 예스러움을 담아 입말처럼 구수하게 써주고 있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민화에서 따온 까치호랑이가 새로운 매체로 진화하는데 조금은 더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다. 유아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색감이 단조롭고, 호랑이나 여우, 나그네의 표정변화가 거의 없어 딱딱한 느낌이 난다. 이야기구조는 짧은 시간 내에도 드라마틱한 권선징악을 향해 치닫는데 그림의 표현력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원색들이 조화롭게 사용되어 민화가 가진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중충한 인상을 주는 것도 감점이다.
알려지지 않은 호랑이 시리즈 5부작 가운데 두 번째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을 보니, 앞으로의 옛 이야기들이 그림책화 하게 될 때 소재면에서만 그치지 않고, 세세한 곳까지 배려하여 명작으로 태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