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 너무 늦기 전에 엄마와 화해하기
아이리스 크라스노우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세상의 모든 딸들처럼 나도 ‘내 어머니의 딸’이다. 한 없이 사랑하고, 사랑 안에 복잡한 애증이 끼어들고, 미루고 미뤄둔 이야기들이 쌓여 갈등이 종종 폭발하기도 하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때로는 화해도 없이 다시 사랑해버리고 마는 모든 순간 속에서, 나는 내 어머니의 딸이다.


    ‘너무 늦기 전에 엄마와 화해하기’라는 부제가 더 가슴을 울린다. 엄마와 그리 커다란 굴레 안에서 반목하며 지내는 사이가 아니라할지라도, 누군들 충분히 말하고 살까?  아이리스 크래스노의 『엄마 미안해』는 ‘내 어머니의 딸’인 자신을 비롯한 화해할 수 있는 시한부의 시간만을 가진(또는 이미 빼앗긴) 딸들과 어머니들의 회환이 담긴 책이다.


    아이리스 크래노스는 부드럽지도, 살갑게 안아주지도 않는 어머니와 내내 험악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어느덧 자신이 바로 그 어머니의 모습을 가진 어머니가 되어, 꼬장꼬장한 독설가 어머니가 다리절단 수술로 생사를 헤매 일 때가 되어서야 주저 없이 “사랑한다”고, “나도 너를 사랑한단다”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나치에게 모든 가족들을 몰살당하고 유태인임을 은폐하고 살아남은 어머니의 과거사를 들여다보고서야, 어머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신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쏟아놓는 어머니와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들은, 어떤 사연이 되었든지 간에 절박하고 측은한 데가 있다. 하나도 닮은 데가 없고, 어쩜 그럴 수가 있을까 천인공노할 일들을 겪었던 ‘나와 다른’ 이야기들마저도 지나칠 수 없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해야 할 말들이 너무나 많이 쌓여만 가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가혹한 체벌을 당하고, 성적 자존감이 피폐해지고, 한 없이 부족한 사랑 때문에 섭식 장애에 시달리고,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번도 그냥 그대로의 ‘나’를 해주고, 인정해주지 않아 괴롭기만 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때가 온다는 깨달음. 어머니가 영영 떠나버릴 시간 안에, ‘너무 늦기 전에’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선고가 아프고 아프다.


    아이리스 크래스노가 만난 여성들이 저마다 어머니와 화해하고, 결국은 화해라지 못한 채 떠나보내고 나서 안게 되었던 심정들을 토로한다. 어떤 어머니도 완벽하지 않다, 슈퍼우먼인 줄 알았던 어머니처럼 나약한 존재는 없었다, 어머니와의 사이에 완전한 벽을 세우고 나서야 겨우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게 되면서 상처받지 않게 되었다, 어머니를 이해하지만 결코 용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머니가 어느 완전한 관념이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라는 진실과 닮은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겹다. 어머니의 과거를 제대로 응시하면서부터, 어머니가 딸을 ‘사랑’하는 방식이 되풀이된다는 진실도 마찬가지이다. 내 어머니는 늘 내가 바라는 것을 무엇이든 해주는 사람인 것이 당연했다는 이기적인 성찰에 몸서리쳐진다. 내가 피어갈수록, ‘엄마’의 모래시계는 점점 쌓여가는 모래가 가득할 게 분명할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아직 ‘엄마’가 되지 않아서 엄마와 친구가 되지 못한 나는, 내 어머니의 남은 시간 안에, ‘너무 늦기 전에’ 충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전전긍긍한다.


    내 어머니가 사랑해마지않은 희생적 어머니였다는, 어머니 중의 어머니였다는 것은 위안이 아닌 절망감을 안긴다. 시한부의 시간만을 또다시 흘려보내고, 가끔은 생채기도 만들어버릴 게 분명한 ‘어머니의 딸’인 내가 되지 않기 위해 분투할 때까지 엄마의 모래시계를 잠시 멈춰둘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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