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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TV에 잘 등장하지 않는 연예인들이 이름만 다를 뿐이지 내용물은 하나도 바를 바 없는 오락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새 영화 홍보인가? 이번에 드라마 시작하는구나.’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사인회를 하고, 대담을 하고, 인터뷰를 하고....... 김선우 시인의 사인회 소식을 접하고, ‘아, 새 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무렵, 두 개의 일간지와 하나의 문예지에서 그가 들려주는 작품과 시와 인생에 대한 인터뷰를 접했다. 시인의 산문집이라니, 절로 관심이 갈 수 밖에.
연애시를 쓰는 젊은 시인. 아니 이제 중년의 나이를 바라보지만, 중견 문인은 아닌. 동안의 시인- 김선우 시인의 이미지는 그랬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너무나 김선우 시인다워서 불편하기까지 한 타이틀. 파블로 네루다의 ‘젊음’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시인답다. 표지에 흩뿌려진 색색의 꽃은 또 어떤가. 책등의 삼면이 연보랏빛이다. 뭔가 심상찮다. 꽃물이 든 것처럼 온통 색 고운 페이지들에 현기증이 난다. 선연한 꽃빛에 부끄러움이 밀려든다.
파블로 네루다, 만해, 자크 프레베르, 휘트먼, 소월, 로렌스, 김수영, 니체, 에밀리 디킨슨, 릴케, 로버트 프로스트-, 그리고 김선우의 시.
연애 시들을 전진배치하고 시인이 사랑의 연서들을 쏟아놓는다. 시인이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연애, 간절함, 소녀성, 실연, 그리고 사랑, 사랑, 사랑. 김선우라는 이름 대신 ‘원태연’이나 ‘이정하’였다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매끄럽고 유려하지만, 그 달콤함에 질식할 것만 같은 불편함. 산문집을 기대했으나, 학교 다닐 때 종종 문구점에서 사곤 했던 소녀 일러스트가 그려진 연습장 뒷면에 써진 속닥거림이 가득했다.
시인은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놀라운 진솔함을 보이지만, 꽃물로 물든 페이지의 수줍은 연서에 마음이 동하는 독자들과의 소통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랑을 논하는 심상 안에 깃든, 너무 달콤해서 아찔하기까지 한, 제어되지 않아 넘치는 감각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당혹스러움이 밀려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라는 말이 이렇게 홍수처럼 밀려드는 책을 또 어디서 보았을까 생각하니, 그 사랑에서 구출되고 싶은 심정이다.
김선우 시인답지만, 너무 ‘다운’ 연서들은 십 수 년 전에 도착했어야 할 편지를 이제야 받아든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의 달콤한 밀어들, 수취인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