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쉽게 산다는 것 Easy Life
톨리 버칸 지음, 김지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나름대로 일정한 수준의 책들을 걸러 읽고 있다고 자부했으나, 얄팍한 분량과 비례하듯 내용은 더 얄팍하고 조악한 한 권의 책이 극악의 실망감을 안긴다. 다른 장르의 책과는 달리 자기계발서는 뚜렷한 방향성과 행동강령을 내포하며, 출간의 묘를 극대화하여 일상의 획기적인 변혁을 촉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때문에 늘 반복적이며, 상식적인 법칙의 틀에 갇히게 되기도 하며, 타이틀만 다르지 내용의 대부분은 닮은꼴인 책들이 늘어만 간다. 공감을 느끼는 것과 습관을 재구축하는 것이 쉽게 융화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는 매너리즘과 더불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Easy Life 그저 쉽게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필요악이라는 인상만을 남긴다. 저자의 이력이 책날개에 써있는 대로, 얼마나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고 메이저에 오르내리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단하지 않은가’라는 도취성 집필은 전혀 와 닿지가 않는다. 150여 페이지, 그나마 사이사이의 공백을 빼면 겨우 100페이지를 넘길까싶은 11가지 행동코드에 대한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조롭고 반복적인 논조들은 화려한 제스쳐와 카리스마로 좌중을 휘어잡는데 능한 대중강연자가 할 법한 메시지들의 빈곤한 향연 같다.

 

    진실을 말하라, 원하는 것을 찾아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라, 자신의 행동을 책임져라, 경제적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라, 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인정을 베풀며 살라, 창의적인 표현을 늘려라, 주의력을 길러라, 보다 높은 이상을 추구하라-


    11가지 항목이 곧 ‘그저 쉽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코드이다. 메모를 하고, 주입을 해서 자기 세뇌를 통해 끊임없이 인지하라는 요지의 매뉴얼이 안 그래도 허술한 매 장의 끝머리마다 등장한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것은 아주 가볍게 부재하고 있으며, 묘하게 적대적인 자신감이 독자를 향해 호령한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옛 고사들의 인용과도 겉돌고 있으며, 저자가 완벽한 이상적 모델로 내세우는 자신의 인생관이 등장할 때마다 실소가 나온다. 자기과시 안에 진실성이 깃들지 않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은 과연 완성된 출판물이 맞는 것인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가제본이라 여긴다 해도 그 허술함에 그나마 몇 안 되는 책장이 잘 넘어가지가 않는다. 부록이라고 ‘끼어있는’ 열 댓 장의 노랑종이를 보고 폭소했다. 솔직히 말해서 거기 적힌 부단한 명령조의 빈약한 메시지가 이 책에 담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을 쉽게 변화시키는 비결이란, 누군가가 완성한 청사진대로만 사는,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얻은 유일한 교훈은 쉽게 사는 지침을 스스로 발견해내야 한다는 것과 부실한 출판물처럼 용서가 안 되는 것은 없다는 상식의 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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