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지 않은 내 동생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
하마다 케이코 지음, 김숙희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로렌 차일드의 ‘찰리와 롤라’ 시리즈는 남매가 주인공인 그림책 가운데서도 가장 큰 성공과 찬사를 얻은 작품일 것입니다. 토마토(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음식)는 절대 안 먹는, 피곤하지 않아 잠도 안자는, 학교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수만 가지쯤은 되는 여동생 롤라에게, 오빠 찰리는 전략과 전술의 귀재 제갈량처럼 버럭 화 한 번 내지 않고, 사태를 해결합니다. 찰리와 롤라 시리즈에서 오히려 현실적인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얄밉지 않은 기상천외한 떼쟁이 동생 롤라이며, 슈퍼 컴퓨터 만큼이나 다양한 대안의 답안지를 척척 내놓을 수 있는 꼬마 현자 찰리오빠는 작품의 판타지를 더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현실로 돌아와 볼까요?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갈 만큼 자라기 전까지 어느 가정에서나 소황제로 군림합니다. 사회성을 키워나가고 자신의 세계를 넓히기 위한 첫 걸음 전에, 아이들은 이미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형제들과 경쟁하며, 자존감을 공고히 하거나, 상처를 입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인 형제, 남매, 자매간의 알력 다툼은 그 경중을 떠나 하나같이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온갖 투닥거림 끝에 은근슬쩍 나누는 피보다 진한 화해와 인정을 겪지 못하는 외동아이들이 진심으로 안쓰러울 때가 종종 있는데, 『귀엽지 않는 내 동생』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하마다 케이코의『귀엽지 않는 내 동생』은 표지, 간지, 띠지, 액자식 구성, 반복되는 공간의 활용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는 치밀함으로 좌충우돌 남매의 일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절세절명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모든 장치들이 겸손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머리를 싸매가며 풀지 않아도 되는 그림책적인 관용이 물씬 풍기기 때문에 아이들을 내려다보지 않고도, ‘맞아 맞아’하는 공감을 나누며 작품 속으로 섞여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개구진 여자아이의 표정을 보세요. 앙다문 입매에서 고집을 관철시키는 막내다운 의지가 엿보입니다. 쫑쫑쫑 땋아진 양 갈래 머리가 유일한 여자다움으로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요? 띠지를 벗겨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귀엽지 않은 내 동생』이라는 제목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책 속의 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빠는 동생이 좋아하는 『귀여운 내 동생』이 동생과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투덜거리고 있고, 동생은 나와 오빠의 이야기와 꼭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네요. 이 좁혀지지 않는 사고의 차이가 웃음과 기대를 약속하고 있지 않을까요? 본문으로 들어가니, 화들짝 놀랄 일이 생깁니다. 2학년인 고타의 여동생 1학년 마호는 오빠의 바가지머리를 꼭 닮은 떠꺼머리였습니다. 음... 마호는 자신을『귀여운 내 동생』에 나오는 주인공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공주님을 동경하는 또래의 아이들 마냥.

  고타는 누가 봐도 붕어빵인 동생 마호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동생입니다. 학교 갈 때 고타의 셔츠를 움켜쥐고 있는 마호를 보니, 오빠와 동생의 마음의 온도차가 짐작됩니다. 고타의 불행은 바로 옆 반인 마호, 체육시간에도 마주치는 마호, 집에서도 한 방을 써야하는 마호, 생일날 나보다 먼저 선물을 풀어보는 마호, 내 세상 전부에 속속 스며있는 마호지수의 과잉에 있습니다. 그런데 고타는 모르는 것일까요?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요? 마호는 세상에서 고타를 가장 좋아합니다. 고타는 마호의 자랑거리이면서, 좋아하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은 선택받은 행운아라는 것을.

  고타가 마호에게 해방이 된 날은 독감에 걸린 날입니다. 오빠에게 가지 못해 빼꼼 열린 문지방에서 애타는 눈빛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마호가, 고타 다음으로 독감에 걸려 앓아 눕는 장면은 예정된 결과겠지요. 마호가 없는 등굣길, 쉬는 시간, 체육시간, 숙제시간... 분명히 고타는 행복해야하는데, 마호의 부재에 신경이 쓰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고타와 마호 사이의 화해의 매개체(물론 마호의 입장에서는 고타와 사이가 나쁜 적이 없습니다만)는 마호가 가장 좋아하는『귀여운 내 동생』입니다. 동생에게 자진해서 책을 읽어주면서,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고 코웃음 치면서, 고타는 마호가 얼마나 귀여운 동생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감을 떨치고 일어난 마호는 몇 배는 더 수선스러워 진 것 같지만, 고타는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에 자포자기 해버립니다. 늘 내가 받을 관심을 코앞에서 낚아 채가는 형과 언니와 누나를, 동생을 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 있어 다행이라고. 귀엽거나, 귀엽지 않거나는 상관없습니다. 귀찮고, 미워서 없어지기를 염원하기는 해도, 정말로 없어져버리는 염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걱정이니까요. 태어나고, 자라면서 부모님은 내 세상의 전부 같은 울타리였지만, 내 언니와 오빠는, 내가 다다르고 싶었던 닿을 듯 닿지 않아 더 약이 올랐던 역할모델이었습니다. 귀엽지 않은 동생이었을 나지만,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자랐다는 기억이 더 큰 지금의 깨달음이, 내 존재를 온건하게 만드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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