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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아빠 ㅣ 아기동물 사진 그림책 4
우치야마 아키라 글 사진, 이선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아기동물 사진책 시리즈 중 하나이다. 제일 먼저 보았던 것이 눈보다 더 하얀 솜털이 유난히 뽀송뽀송해보이는 아기 하프물범 이야기였다. 하프물범은, 딱 20일 동안만 엄마가 새끼를 키워주고서 먼 바다로 돌아간다. 아기 물범이 엄마와 있을 때, 방긋 웃고 있다거나, 헤어질 때, 눈물 자국처럼 보이는 것이 나 있다거나, 일주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그 사진책을 완성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만큼, 한 생명체가 반듯한 존재로 자랄 때까지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정성으로 가득했다. 6살 조카에게 읽어주었더니, 엉엉 울어버려서 당황했던 일도 있었다.
두 번째로 본 것이 황제펭귄 이야기, <아빠, 고마워요>이다. 그저 첫 번째 책이 좋아서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는데, 기대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극장에서 <펭귄:위대한 모험>이 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의 내용은 260일간의 치열한 삶과 죽음의 기록인 그 다큐멘터리 한 편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으니까.
펭귄은 딱 하나의 알만을 낳아,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가며 품어주며, 소중하고, 소중하게 생명을 탄생시킨다. 엄마가 먹이를 구하러 바다러 간 사이, 아빠는 발 위에 알을 올리고, 얼음 위에 닿을 새라 두툼한 뱃살로 최대한 감싸준다. 바다까지 갔다오는 시간은 최소한 3~4달은 걸린다는데, 그동안 자기 체중의 절반을 잃어가며 새끼를 지켜낸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오면, 그 빈사의 몸을 이끌고 바다에 간다. 자기몸의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니라, 돌아와 온 가족이 나누게 될 식량을 품어 오기 위해서.
아기 하프물범 못지않게, 뽀롱뽀롱 뽀로로~를 닮은 귀여움의 결정체, 뾰샤시한 아기펭귄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기들의 '무언가를 호소하는 눈빛광선'에 녹아내리는 것을 경험한다. 옹기종기 모여서, 번갈아가며 먹이를 구해오는 단란한 가족을 생각한다면, 마음을 바꾸기를 권한다.
여기는 남극이고, 펭귄의 땅과 바다는 쉬 오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아무리 조건이 좋다해도 수 개월간 극도로 쇠잔한 몸을 이끌고 목숨을 걸고 걷고, 걸어서 도착한 바다는 생명을 구하기도 하지만, 바다표범같은 천적에게 단숨에 먹히게 되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영화에서 흐르는 그 나레이션. "그녀가 세상에 사라지므로써 두 생명이 함께 죽게 되었다." 가족의 구성원 중 한마리라도 불의의 사고가 생긴다면, 펭귄 일가는 더는 생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다 극복한다고 해도, 극지방에서 하루하루 생명을 지키는 것은 사투이다. 연약하고 무리의 경계에 머물러야 하는 몇몇은 끝내 생명을 놓아야만 하고, 뽀송뽕송한 솜털이 채 가시기 무섭게 이별이 다가온다...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한계를 초월해가며 치열하게 살아내는 무리를 목격하고나니, '귀여워~'라는 단순한 일갈이 더는 나오지가 않는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미물이 이렇게까지 존경스러울 수도 있다니. 사람이 가장 생명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회의가 든다. 생명이 생명으로 전해지는 그 귀한 경험을 사람도 하루하루 하고 있을진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의 문제와 직면한다면, 썩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아니, 없을 것 같다!),
아기를 발 위에 올려놓는 그 한 장면을 담기 위해 2년에 걸쳐 남극을 오가야했다는 사진작가의 혼신의 한컷한컷 앞에, 장황한 묘사며, 입밖으로 내어야만 흡족했던 그간의 책을 읽는 고정된 모델이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설명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본능 이상의 것을 추구하며 제자리를 지키는 그 원시의 모습 앞에, 종을 떠나, 세대를 떠나, 매체을 떠나, 진실하게 흐르는 가장 기본이 되는 가치 하나만을 남기게 된다.
사랑은 나를 송두리째 소중한 존재에게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