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레드릭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7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프레드릭보다 네 마리 들쥐가 더 대단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겨우 내 먹을 양식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들쥐 무리 안에서 프레드릭은, 단연 동떨어진 녀석이다. 성격장애, 사회부적응, 노동력제로로 낙인찍혀 매장당하지 않았던 것은 네 마리 들쥐들의 '똘레랑스' 때문이다!
춥고, 어둡고, 배고픈, 기나긴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하는라 네 마리 들쥐는 조금도 쉴 틈이 없다. 우리의 주인공 프레드릭도 바쁘긴 매한가지이긴 하지만. 양식보다 더 귀한(어찌보면 그 가치를 매긴다는 것이 우습다) 햇살 모으기, 색깔 모으기, 이야기 모으기에. 네 마리 들쥐는 프레드릭이 "나도 일해"라는 소리에 "그래, 일이라는대, 뭐"하며, 나와 다른 녀석 하나 쯤은 너그러히 인정할 줄 아는 멋진 공동체이다.
흑설공주 식의 통념을 뒤집는 이야기의 가장 품격있는 원조가 아닐까 싶다. 1968년의 발표연도가 무색할 정도로 시대정신과 메시지가 살아있다. 배 부르고 아늑한 쉴 곳이 있다면 우린 충분히 만족스럽다. 간혹 여기에 반기를 드는 예술가 기질의 구성원이 존재하고, 받아들여진다면, 실로 삶이 풍요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부와 명예, 육체와 정신, 보신과 이상의 연장선상에는 그 교차점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교활함이 느껴질 정도고 정교한 콜라주. 레오 리오니 풍의 정점에 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 작품마다 명작에 육박하는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가. 우리 시대의 천재 작가, 레오 리오니는, 밀도 높은 작품 활동으로 인해 이유있는 추종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여섯 마리 까마귀>나 <으뜸 헤엄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아주 신기한 알>... 나는 레오 리오니가 때론 얄밉다!
천재 아니면 바보? 프레드릭을 지향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프레드릭'을 소외시키고, 매장시키지 않을 만한 인정과 아량을 갖춘 들쥐들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