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의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의 실직, 일감이 떨어진 엄마... 아마 미국의 불황기인 모양이다. 그래서 리디아 그레이스 핀치는 대도시의 외삼촌네로 살러 가야한다. 빵가게를 하는 짐 외삼촌네로 가면서도 리디아는 씩씩하다. 분명 지금 울어버리면 가족과 헤어질 용기가 없어지기 때문이겠지. 황톳빛, 할머니와 일군 텃밭의 초록으로 둘러쌓여 있던 아이가, 황량한 대도시, 철제 콘크리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 짐짓 걱정이 앞선다.  

리디아네 가족이 정거장에서 리디아를 배웅하는 장면이다. 아빠는 침울한 표정으로 리디아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가 온 가족의 미안함을 대신해 리디아에게 여러 번 당부를 전하는 모양이다. 할머니께서 분명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쓰여있지는 않지만 들려온다.

"가서 짐 외삼촌 말씀 잘 듣고, 편지 자주해야 한다. 리디아, 우리는 널 사랑해.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게야. 건강해야한다. 리디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짐 외삼촌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리디아의 그리 넉넉치 않은 짐가방 안에는 할머니가 알뜰살뜰 챙겨주신 씨앗이 들어있고,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무능한 부모의 회한이 뭍어 있는 듯 보인다. 짐 외삼촌은 정말 좋은 사람일까?  

뉴욕의 이민자가 넘쳐나던 브루클린 쯤일까? 아니면 자동차가 많은 걸 보니, 공장이 활기있게 굴러가던 디트로이트 시가 쯤? 어딜봐도 빽빽한 건물 틈바구니에 철제 계단참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허리를 펼 틈도 없이 땀 흘려 일하지 않으면 이 도시에선 먹을 땅조차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묵하고, 얼마쯤은 일에 중독된 아저씨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순 없지만, 건강하고 건강한 이 아이는 역경에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다. 온통 검고, 붉은 녹도 잔뜩 슬었을 게 분명할 빵가게 건물에서 열심히 꽃을 피워내는 리디아. 할머니가 보내주신 씨앗이며, 구근이며, 고향의 질 좋은 흙을 굴러다니는 그룻들을 화분삼아,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잊지 않으려는 듯, 무던히도 피워내고, 피워내는...  

그러다 손님이 많은 날이면 미소 비슷한 것도 지을 줄 알게 된 짐 외삼촌을 위해, '서프라이즈!'하고 외칠 비밀을 만들어내는 리디아 그레이스. 크로커스, 데이지, 물망초, 메리골드, 나팔꽃, 제라늄, 맨드라미, 수국, 히야신스, 양치식물... 온갖 잡동사니가 널려있던 버려진 옥상 한컨을 얼마나 바삐 오르내려야 그렇게 환한, <공중정원>을 가꿔낼 수 있을까? 왈칵...

몰래 흐뭇한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외삼촌이 리디아 몰래 구워 둔 꽃으로 뒤덮힌 케이크는 또 어떤가! [할머니... 리디아 그레이스는 참 열심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답니다.] 리디아 대신 불쑥 편지를 쓰고 싶은 심정이다.    

<리디아의 정원>은 내 영혼의 한 권인 <도서관>의 콤비가 1997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너무 예뻐서, 표지며, 간지며, 선 하나하나, 터치 하나하나... 나를 행복하게 도발하는 작품이다. 모든 것은 리디아 그레이스 핀치의 편지로 알 수 있다. 고향으로 보내는 정겨운 수다를 가득 담은 편지며, 이제는 돌아와 짐 외삼촌께 띄울 것이 분명한, 기분좋은 '앤 셜리'식 표현으로 가득할 안부편지들. '주디 애버트'식 뻔뻔함도 가미해서.  

엘리자베스 브라운과 리디아 그레이스는 꼬불꼬불, 덥수룩, 숱많은 빨강머리라는 공통점 말고도 자신의 인생을 향기롭게 하는 원천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몇 안 되는 '요셉을 아는 일족'임에 분명하다. 내 삶이 척박하고 황량하기 그지 없다면, 꽃 한 포기 키워낼만한 여유도, 기분도 갖고 있지 않다면, 쓰레기 더미에서도 제비꽃 광산을 찾아내는 소녀의 순정을 담아, 당신에게 발그레한 혈색을 갖게 해줄 것이 분명할 <리디아의 정원> 한 자락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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