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같은 사건이 사람들에게 가닿을 때는 제각각 다른 모양의 그릇이 된다. 모양 따라 흘러 담기는 마음도다르고 그걸 세상에 내미는 방식도 다르다. 아무것도 안 담겨서 내밀 게 없는 사람도 있다. 그걸 무시하고 몇 명이 주도해서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라고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일반화시켜 타인의 도덕관념을 자극하는 방식이 싫다. 도덕으로 색칠한 하나의 그릇을 들이밀며 다른 그릇을 내미는 사람에게 윤리적 심판을 하려 들거나 윤리적 가책을 짐 지우려는 거, 질색이다. 그냥 각자의 마음, 각자의 방식, 각자의 상황에 맡기면 안 되나, 현재 진행형인 경조사에 일괄적인 규칙을만드는 것에도 규칙 바깥에 있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아직 벌어지지 않아 어떤 형태일지 모르는 미래의 경조사에 규직이나 관례를 만들어 놓는 건 더 불합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