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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예찬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준미 옮김 / 하늘연못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여행의 정의는 무엇일까? 이 책을 받아 드는 순간 가장 먼저 생긴 의문이었다. 과연 카프카의 여행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해서 책장을 재빨리 넘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가 가장 원하고, 가장 가고 싶어하는 그런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필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그런 여행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여행이 가능할 수 있을까?
얼마전 내가 아는 친구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용기에 박수를... .... 내가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여행을 떠난지 달포가 넘은 후였다. 그게 벌써 몇 주 전이었고 그 때 쯤 중동의 어느 도시를 여행하고 있다고 했으니, 이제 또는 서유럽의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부디 그 친구에게 행운이 있기를...
어쨌든, 이런 이야기는 극히 제한된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그런 여행일지라도 우리에게는 제약이 너무도 많다.
카프카의 여행자 예찬을 읽으면서, 내 마음 속에 떠오른 영화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수면의 과학"이다. 내가 어릴적 굉장히 좋아했던 여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주관적으로, 우리가 가장 원하는 이상적인 여행에 가장 알맞는 것이 바로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가능하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꿈 속에서 우리에게는 자기 의지란 것이 있다. 자유만 있을 뿐 의지가 엇다면, 그 자유조차 무의미하게 되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 꿈 조차 우리에게 완벽한 여행이 되어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졋던 이런 여행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준 것이 카프카의 글이다.
생각과 상상, 그리고 글... 이 세 가지가 있다면, 우리는 육체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육체의 다리가 아닌, 바람을 타고 세상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다.
카프카의 생각은 카프카의 머리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아니, 설사 카프카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있더라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의 매력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그의 글을 읽고, 내 나름의 방식과 상상력으로 그의 이야기를 좇아가는 것, 이러한 과정은 여행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리고 언제 끝날지 짐작 조차 할수 없는 글은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 없는 종착점 없는 그런 여행과 닮아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는지 짐작하기 조차 힘들다. 요즘에는 이 처럼 글을 쓰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설사,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도, 그것은 글로서 읽히기는 힘들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프카의 글을 읽는 것은 마치 오래된 지팡이를 짚고 길게 뻗어있는 길을 걸어나가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