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4 - 중국의 정화 대함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다
개빈 멘지스 지음, 박수철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 E.H.Car-

사실로서의 역사와, 역사가에 의해 쓰여진 역사,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에 대한 모든 문헌이 옳은 것일까? 우리와 일본이 주장하는 과거, 일본과 중국이 주장하는 과거가 왜 그렇게 다른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학자들에 새로운 고증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보다도 더 시기가 앞서는 것으로 예측되는 새로운 금속활자본이 얼마전 발견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역사는 파면 팔 수록 속을 알 수 없이 더 깊어지는 구멍 같다. 아마도 이런 점이, 역사에 대한 기록과 유물을 남기고, 보존하고 연구해야 할 이유인 듯도 하다.

대학시절 들었던 동양사 수없은 내 기억에 지금까지 남아있다. 서양사 수업과 함께 들었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은 동양사 수없이다. 왜 그럴까?

그 때 들었던 동양사 수업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올 때 까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오히려 다른 부분이 많았다. 여기서 다르다는 것은 흑과백 처럼 다른 것이 아니라, 큰 틀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그 수업을 통해 한 가지의 역사를 우리의 입장에서도 보고, 일본의 입장에서도 보고, 중국의 입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 반면 서양사 수업은 서양 중세사에 관한 책을 그대로 배우는 수업이었다.

정화원정대, 과거 중국의 대함대, 그것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함대가 유럽 원정에 나섰다는 역사는 이미 여러 차례 고증된 바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여기 까지였다. 왜 그랬을까? 첫 번째는 무관심이었을 것이고, 두 번째는, 이러한 주장이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어쨌든, 책 속의 내용은 내가 알고 있던 것을 바탕으로 상상하던 것보다 더 놀라웠다.

1520년에 그 해협에 다다랐을 때 마젤란과 선원들은 식량이 떨어져 쥐를 잡아먹을 지경에 이르렀다. 선원들은 항로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탐험대 일부를 이끌고 스페인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에스테반 고메스Esteban G?ez가 반란을 일으켜 산안토니오호San Antonio를 장악했다. 마젤란은 절대로 항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득함으로써 반란을 진압했다. 그때 어느 선원은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모두 [그 해협이] 막다른 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선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해협을 통과해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포르투갈 국왕의 기밀문서 보관실에서 보헤미아의 마르틴Martin of Bohemia이 제작한 해도를 직접 보았다고 한다."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를 내놓은 뒤 우리는 www.1421.tv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지금까지 여기에는 수백만 명이 방문했다. 아울러 우리는 독자들로부터 수십만 통의 전자우편을 받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새로운 증거를 보내주었다. 한편 독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점은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에서 내가 르네상스가 막 꽃필 무렵 중국 함대가 유럽에 등장하는 상황을 기술하지 않은 것이었다.

1434에서 말하고 있는 정화 대함대의 이야기는 그 어떤 픽션보다 흥미롭다.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사실임에도 책을 읽어 나가면서, 실타래 처럼 꼬인 실이 풀려나가는 느낌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어느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과거에는 그렇게 수많은 영웅과 천재가 있었는데, 과거보다 더 많은 인류가 살며, 그 어느 때보다 세계 곳곳의 뉴스를 잘 받아 볼 수 있는 오늘날에는 왜 볼 수 없을까? 정화 대함대의 이야기에 비하면, 기적, 우연, 필연, 그리고 역사적인 대천재의 출현 같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역사는 신화나 동화에 가깝다.

과거 많은 수난의 역사를 겪었던 지금의 우리 땅에는 찬란했던 문화 유산은 거의다 없어지고 말았다. 문헌상으로 존재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과 예술품들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역사는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처럼 크고 거대한 건축물 못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가진 문헌 기록들로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우리가 가진 문헌 기록들에 대한 분석과 고증이 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학자들 사이에 극명한 견해의 차이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곧 그 나라의 힘이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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