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찬란하거나, 고독하거나" 를 읽고 나서 느낀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해 보았다... 소현은 이제까지와의 역사소설과는 다르다! 이제까지 철저하게 연대식으로 서술하는 말그대로 역사소설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박진감 넘치는 전쟁 장면도 없고, 영웅적인 주인공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픽션과 역사의 중간지점의 팩션이다. 소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닌 소현을 비롯한 인물들의 생각의 흐름을 쫓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박진감 넘치는 전개 대신에 세밀하게 그리고 절절하게 당시 인물들의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소현을 읽으며 북방의 모진 땅에 홀로 남겨진 마음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고 또 찰나의 순간이나마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그 시대의 삶에 생각을 투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평소에 역사소설을 멀리해 왔던 대다수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의 경우에 그렇다... 소현은 '미실' 이후 오랜만에 읽어본 역사소설이었다... 만약 전기소설 처럼 인물과 역사, 그리고 전쟁을 다루었다면 읽다 지쳐버렸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 해져 인물들의 심리를 정말 소설답게 그려내고 있다. "한국어가 이토록 정밀하다면 도대체 번역은 어찌 가능할 것인가?" 김남일 작가의 評 라는 글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청나라와 치욕적인 조약을 맺게 되고 소현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게 된다. 외부세계에 문을 닫고 있던 조선과 달리 당시 청나라에 있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현은 극심한 고독과 갈등 속에서 홀로 외로운 길을 걷는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치고 만다. 이처럼 당파싸움에 얼룩져 있던 조선시대에 국익을 위해 개혁을 주도했던 세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아마 그 당시 폭풍 속에서 애처로이 타오르고 있던 작은 불씨 처럼 내 마음에 오롯이 타오르는 듯했다. 우리가 그 시대를 통해 찾고 알아야 할 역사들은 어쩌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의 뒤안에 있는 미처 뜻을 펼쳐보지 못하고 스러져간 넋들이 아닐까? 분명한 것은 이 소설은 단순히 소현세자의 삶을 재현하려 한 것을 넘어서 그의 인생을 재조명 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E. H. Carr 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라는 말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그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병자호란이나 일제강점기 시대를 외세의 힘에 의한 굴종의 시대로만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인식이 아닌 "그들이 바라는" 역사인식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이 소현은 역사소설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가 될 있다고 생각한다.